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10일 지명된 이낙연 전남지사(64)는 합리적인 중도 성향의 호남 중진 정치인이다. 사고가 유연하고, 소통 능력이 탁월해 “적이 없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에 당선돼 행정경험을 쌓았다.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로 일했다. 정치부 기자 때 ‘동교동계’로 불리는 옛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고향인 함평ㆍ영광에서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한 뒤 19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했다.
간결하고 절제된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명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초선 시절인2001∼2002년 두 차례의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2002년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 5차례에 걸쳐 발탁돼 ‘5선 대변인’, ‘직업이 대변인’이란 별명도 얻었다.
동경 특파원 때 쌓은 인맥을 발판으로 국회 한ㆍ일 의원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맡는 등 외교감각도 지녔다는 평가다. 18대 국회에서 개헌 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 대표를 지내고 19대 국회에서도 개헌추진 의원 모임에 참여하는 등 개헌론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자의 인연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문 대통령과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당청 파트너로 교류를 하면서 시작됐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이 후보자가 문재인 대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전남도 대표 어르신 정책인 ‘100원 택시’를 자신의 공약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 관리에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광주에서 KTX를 타고 상경한 이 후보자는 용산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특정 철학에 집착하거나 매몰돼 있는 사람이 아니다. 유연성과 합리성에 대해 가질 만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 상충되는 게 아닌 만큼, 두 가지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지혜롭게 (국정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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