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통합과 소통에 방점이 찍혔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고, 선거 때 치열하게 경쟁한 야당을 향해서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임을 선언하고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그의 다짐을 국민은 잊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 동선과 움직임은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취임식에 앞서 야 4당 지도부를 방문한 것부터 보기 좋았다. 먼저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찾아가 “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혜를 모으겠다”며 야당과의 소통 및 대화를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느 당보다 격하게 대립한 국민의당을 방문해 박지원 대표에게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는 같은 정당이기 때문에 특별한 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도 만나 국정 운영에 협력을 당부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는 선언이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 준 셈이다. 여소야대 체제에서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야당과 소통하고 함께 하려는 이 같은 자세를 계속 이어가기 바란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도 주목한다. 대통령 주변의 권위적 분위기야말로 대통령을 구중궁궐에 가두고 국민은 물론 야당 등 정치권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었음을 익히 봐 왔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 첫 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및 경호실장 인선 내용을 춘추관에서 직접 기자들에게 발표하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도 최대한 격식 없이 치르고 행사가 끝난 뒤 국회 잔디밭에서 일반 시민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등 탈 권위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일 변화만으로 소통을 가로막는 권위적 문화가 완전히 청산되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이 가끔 하겠다는 광화문 광장 대토론회는 실질적 소통보다는 보여 주기 식 이벤트에 그칠 우려도 있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고,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는 약속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먼저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야당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공허한 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다가가느냐가 관건이지만 야당도 비판과 견제의 본분을 다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무총리의 조속한 인준 등에 협조해 오랜 국정 공백을 끝내고 새 정부가 안팎의 산적한 과제에 대처할 체제를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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