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최다 득표 차로 당선됨에 따라 각종 이색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557만951표 차로 따돌려 역대 최다 표 차로 당선됐다. 역대 대선에서 1ㆍ2위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것은 17대 대선으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531만7,708표 차로 꺾었다. 반면 홍 후보는 역대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2위 후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홍 후보는 24.0%의 득표율을 얻어 역시 17대 대선에서 26.1%를 얻었던 정동영 후보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 대통령은 대구ㆍ경북과 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에 오르는 고른 득표를 얻었다. 최대 표밭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일정하게 40%대 초반의 득표율을 나타냈고 국민의당과 혈투를 벌인 광주와 전남ㆍ전북에서 안철수 후보를 압도하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은 예상보다 ‘싱거운 게임’이 됐다. 출구조사에서부터 1ㆍ2위 득표 차가 컸던 탓에 MBC는 개표 방송 시작 1시간 만인 오후 9시 2분 문 대통령의 ‘당선 유력’을 발표했다. 개표가 불과 0.3% 정도 이뤄졌을 때였다. 9시 36분에는 ‘당선 확실’이라고 못박았다.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각 방송사들이 개표 시작 2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당선 유력’을 예측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 역시 오후 8시 45분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상황실을 찾아 “예측했던 대로 큰 격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소감을 밝혔다. 방송 관계자는 “출구조사에서 1위와 2위의 차이가 2배 가까이 나는 등 거의 당선이 유력한 퍼센티지가 나왔기 때문에 일찍 발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압도적인 득표 차로 당선되며 역대 대선 후보들을 좌절케 했던 각종 징크스도 모두 무력화했다.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안경 쓴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안경 쓴 후보는 당선되지 못한다는 ‘안경 징크스’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 포스터에 나온 얼굴이 가장 작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징크스도 깨졌다. 이번 대선 벽보에서 얼굴이 가장 작았던 후보는 안 후보였다. ‘일찍 후보로 확정돼야 대통령이 된다’는 징크스도 이번에 깨졌다.
더 공고해진 징크스도 있다. 진보ㆍ보수 정권이 10년씩 번갈아가며 정권을 교체한다는 ‘10년 주기설’이다. 김대중ㆍ노무현의 진보정권 10년, 이명박ㆍ박근혜의 보수정권 10년에 이어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징크스를 공고히 했다. ‘제주와 금산에서 이기면 대통령 된다’는 속설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1952년 2대 대선부터 2012년 18대 대선까지 제주와 충남 금산군 두 지역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모두 당선됐는데, 문 대통령이 두 지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해 ‘대선 100% 적중 지역’이라는 이색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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