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도 논란
제도 시행 이전 왕창 올릴 가능성
가시화된 서울 전세난도 겹쳐
“임대인도 세금 등 혜택을” 주장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인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전세 난민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전셋값 급등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비책 없이 덜컥 시행했다가는 정책의 취지인 서민주거 안정성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주거안정 공약인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시 전월세금 인상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제도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현재 임대인(집주인)에게 있는 계약갱신 권리를 임차인(세입자)에게도 부여해 세입자가 원하면 기존 임대계약을 한두 차례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4억2,439만원ㆍ4월 말 기준)이 2년 전보다 8,743만원(25.9%) 치솟은 서울처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전세 난민이 늘고 주거 불안이 커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산권 침해 논란과 함께 전세 가격을 단기 급등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1989년 당시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은 전년보다 17%나 급등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에 전월세금을 한꺼번에 크게 올려 세입자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서울 재건축ㆍ재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재건축ㆍ재개발로 서울에서만 4만8,921가구가 이주해야 해 이미 전세난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도 “임대 수익률이 하락하면 결국 임대주택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대업자 입장에선 투자금을 더 줄여야 수익을 낼 수 있어 값싼 건설 자재를 쓰거나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만 임대 주택을 지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임대인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집주인에게 ‘손해를 감수하라’고 사실상 강요하는 것이어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전월세금 상승폭 제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도 “저소득층 세입자와 계약을 맺거나 전월세를 올리지 않은 임대인에겐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대선 주자 모두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이 발의한 9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임차인만큼 임대인도 중요하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한 바 있다. 권 팀장은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와 임대인 권리 보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국회 통과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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