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청산ㆍ권력분산ㆍ통합ㆍ한반도 평화ㆍ민생 해결
문재인 정부 5년간 중점 추진 과제ㆍ정책의 근간 제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를 통해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는 5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취임사를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향후 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과제를 5가지로 압축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는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을 천명한다”고 약속했다.
①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 권위주의 청산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고 운을 뗀 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 청산을 우선 언급했다. 그는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참모들과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메시지는 권위적 대통령 문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을 초래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국민들로부터 탄핵 당한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례적으로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한 것은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의 실천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② 제왕적 권력 분산
“낮은 자세로 일하고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독립”
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면서 “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낮은 자세로 일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는 ‘만기친람형 대통령에서 벗어나 삼권분립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대통령’의 모습과 연결돼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책임총리제ㆍ책임장관제를 특히 강조해 왔다.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간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나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했던 모습은 헌법에 정해진 삼권분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헌법 개정까지 가게 되면 지방분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실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도 그는 “검찰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③ 분열과 갈등 해소
“ 국정 동반자 野와 대화 정례화 진보 보수 갈등 해소 나서”
문 대통령은 이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며 분열과 갈등을 정치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이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도 했다. 이어 탕평 인사 및 적재 적소 배치 원칙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당선 일성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 취임사에서도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통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선거 때마다 진보ㆍ보수라는 이념의 틀에 갇혀 선거 이후에도 갈등과 반목을 반복했던 관행을 벗어나, 탄핵 이후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묶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④ 한반도 평화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북핵 문제 해결할 토대 마련”
문 대통령은 리더십 문제에 이어 당면 과제로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 상황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면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평양부터 가겠다”고 밝혀, 보수 진영으로부터 덧씌워진 ‘안보 불안’ 이미지를 벗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안보 위기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과 협상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겠다”면서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⑤ 경제와 민생 해결
“차별없는 세상 만들겠다 비정규직 문제도 길 찾을 것”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 공약도 재확인했다. 이어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면서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이번 정부에서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도 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불법경영승계를 통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와 같은 재벌의 횡포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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