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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벌개혁 앞장”… 재계 “속도조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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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벌개혁 앞장”… 재계 “속도조절 필요”

입력
2017.05.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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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ㆍ경제력 집중 문제가 핵심

공약대로 상법 개정안 통과되면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비용 걱정

법인세 인상ㆍ공정위 강화도 예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고, 정경유착이란 낱말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하겠다”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업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금산 분리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모든 공약이 한꺼번에 정책으로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이 받게 될 부담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개혁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새 정부의 주요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기업 옥죄기’ 보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에게도 부담스러운 정경유착 관행이 이젠 사라져야 한다”며 “이참에 기업과 정부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영권 침해 우려하는 재계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완화가 핵심이다. 후보 시절 개혁 대상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지목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들은 상법 개정안에 대부분 담겨 있다.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와 주주가 온라인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의 의무화, 감사위원과 일반 이사를 따로 선임하고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모기업 주주가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자회사 임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인적분할 때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등이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기업들은 경영권 침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자본시장 개방 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막을 보호 수단이 없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해 정작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기업에게 경영권 방어 장치를 확보해 주지 않고, 감시하는 쪽의 힘만 실어준다면 대기업 입장에선 우리나라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재벌은 시장에서 스스로 진화해 살아남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부패 차원에서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잉처방”이라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국을 부활시켜 대기업 조사 기능을 강화하는 공약과 법인세 인상 공약도 재계에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공정위 권한이 막강해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법인세 인상은 기업 부담을 줄여 자본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국제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소통으로 속도 조절할 것” 기대감

그러나 합리적 소통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재벌 개혁의 속도 조절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인데, 고용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대기업과 상생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기업들이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혁의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진보를 표방했던 노무현 정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경기 파주에 LG디스플레이 단지를 유치하는 등 기업 규제 완화에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며 “경제를 살리는 데는 정부와 대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단기적으론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다”며 “재벌 스스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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