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초반 홈런 순위 상위 5명을 보면 낯선 두 이름 한동민(28ㆍSK), 허정협(27ㆍ넥센)이 있다. 한동민은 9일 현재 홈런 11개로 SK 최정(12개)의 뒤를 잇는 2위, 허정협은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연 많고, 우여곡절 많았던 둘은 올해 야구 인생에서 제대로 역전 홈런을 쳤다. 먼저 한동민은 경남고 졸업 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경성대 진학을 선택, 다시 칼을 갈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은 냉정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부름을 받기는 했지만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거의 막차를 탔다.
프로 첫해 1군 7경기에서 7타수 2안타로 짧지만 값진 경험을 쌓은 한동민은 2013년 이만수 전 SK 감독의 신임 속에 99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에는 67경기에서 3홈런으로 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말 제대한 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초반부터 당당히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잡았다. 한동민은 타율 0.344에 11홈런 26타점을 기록하면서 장타력을 뽐냈다. 33개의 안타 중 장타가 21개(홈런 11개ㆍ2루타 9개ㆍ3루타 1개)에 달한다. 장타율은 0.802로 부문 1위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타자처럼 힘이 좋다고 해서 ‘동미니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허정협은 팀 동료 서건창(28)처럼 신고선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인천고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대학 입학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로 진학한 뒤에는 타자로 전향했으나 뜻대로 야구가 안 돼 2010년 군 입대를 결심했다. 야구를 그만 둘 생각으로 군대에 갔지만 마음 한 편에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2012년 1월 제대 후 다시 방망이를 잡았고, 2015년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서건창과 쏙 빼 닮은 야구 인생을 겪었던 허정협은 박병호(미네소타) 같은 파워를 지녔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2015년 1군에서 4경기, 2016년 13경기를 뛰는데 그쳤지만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장정석 감독의 눈에 띄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타율 0.277에 7홈런 24타점으로 잠재력을 폭발했다. 박병호가 떠난 이후 오른손 타자 거포 갈증에 시달렸던 넥센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허정협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며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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