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최고(最古)의 청동 유물(기원전 13~11세기 제작 추정)이 발견된 강원 정선군 아우라지 유적에서 돌을 쌓아 올려 만든 벌집 모양의 유구(건축물의 자취)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정선군과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정선 아우라지 유적 2차 조사 중 크고 작은 방 51개로 구성된 적석(돌무지)유구를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유구에서는 신라시대 굽다리 접시 3점과 한성 백제시대 토기인 단경호(짧은 목 항아리)와 토기 조각, 고려시대 청자와 조선시대 백자, 상평통보, 돼지와 말 뼈 등이 함께 출토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방과 방 사이의 돌벽은 높이가 최고 1m50㎝에 달하고, 방 하나의 크기는 지방에서 확인되는 신라 무덤 내부보다 약간 더 크다. 이렇게 크고 작은 방이 벌집 모양으로 여러 개 붙어 있는 적석유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정상민 강원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조성 시기는 삼국시대로 추정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 용도까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전문가들도 무덤, 제단, 창고 등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 아우라지 유적은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조양강을 사이에 두고 넓은 충적지대에 조성돼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층이 중첩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2차 발굴조사에서는 신석기시대 주거지 1기, 청동기시대 주거지 62기 등 선사시대 주거지 유적이 발견됐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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