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 의결과 동시에 출범한다. 국정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취임과 동시에 비서실장과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권 인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선을 단행할 예정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과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대선 이후 인선과 관련한 언급을 철저히 보안에 부쳐왔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선대위가 당선을 가정한 인선 로드맵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총리 후보 인선과 발표 시점은 문 당선인 의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의 경우 발표에 앞서 국정운영 방향과 지역 안배, 야당과의 관계 등 정무적인 판단만 남은 셈이다.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 유력
문재인 정부의 첫 비서실장 인선은 역대 정부보다 중요하다.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정부 초기 청와대와 내각의 기본 골격을 만들어야 하고, 여소야대의 국회와 소통하며 협상해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또 주요 국정과제를 선별해야 하고, 집권 세력 내부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고, 아래로부터의 진언과 쓴 소리를 전달하는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 당선인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후보군에 거론된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대화가 필수적인 만큼 노영민 전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임종석 전 의원 등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꼽힌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각각 상대당 출신 김중권 전 민주정의당 의원과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했던 문희상 의원을 임명한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노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두터운 신임을 쌓아왔다. 이번 대선에선 선대위 조직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은 전 전 의원은 동교동계의 막내 격에다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국민의당 등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하다. 임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캠프 운영과 언론과의 관계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조속히 인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사수석, 홍보수석, 정무수석 등은 물론 경제와 안보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경제수석, 외교안보수석 등이 대상이다. 이밖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선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선은 국정 안정화의 첫 단추
역대 정부를 보아도 문재인 정부가 초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안정적인 출발을 하기 위한 첫 단추는 초대 총리 인선이다. 총리 선출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총리 인선부터 발목이 잡히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물론 정부 초기 개혁과 통합을 위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 당선인이 누누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탕평 총리 인사를 강조해 온 이유다. 때문에 측근을 배제하고 국민통합정부 구상에 걸맞은 인사가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 당선인이 제시한 ‘대탕평ㆍ비(非)영남 총리’ 기준에 따라 호남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이 돌고 있다. 다만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최적의 인사를 발탁하기 위해선 호남에 국한하지 않고 충청, 수도권 출신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호남 출신 인사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다 기초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물러난 진영(전북 고창)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국정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문 당선인의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광두(전남 나주) 서강대 석좌교수와 박승(전북 김제) 전 한국은행 총재 등도 거론된다. 세대교체를 염두에 둘 경우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은 송영길(전남 고흥) 의원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충청 인사로는 국회부의장 출신인 5선의 박병석(대전) 의원과 안희정(충남 논산) 충남지사 등이 거론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총리 후보는 연륜을 갖춘 인사냐,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사냐를 두고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은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이달 말, 다소 늦어질 경우 내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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