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증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호전되고 있는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문재인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코스피가 이미 사상 최고치란 점은 부담이다.
9일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13~18대 대통령 6명의 임기 중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1년 차가 23.18%, 2년 차가 26.18%에 달했다. 대통령들이 취임 후 경기 부양 노력을 적극 기울인 데다 글로벌 경제 호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도 호재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 동안 다소 소극적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매수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기업들 이익이 워낙 좋아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은 더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전날(8일) ‘자본시장 육성과 중산서민층 재산형성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것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는 “자본시장을 적극 육성해 기업들의 투자재원 조달을 뒷받침하고, 중산ㆍ서민층의 건전한 재산 형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테슬라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창업 초기 이익을 내기 어려운 유망 혁신 기업들이 코스닥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시행 공약도 주목된다. 이는 집안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 투자자가 수탁자의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흐름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장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며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결국 글로벌 증시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세계 증시가 하반기로 갈수록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추가 상승의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