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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선 이후 ‘강한 야당’으로 새 정부 견제역 주목

입력
2017.05.1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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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개표 결과 윤곽이 드러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개표 결과 윤곽이 드러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위로 전망됐다. ‘포스트 대선’ 정국에서 그의 정치적인 입지를 보장해줄 수 있는 성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국정농단 책임의 한 축인 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는 걸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적인 때문이다. 더구나 1%도 안 되는 지지율로, 후보들 중 가장 마지막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까지 제친 건 “홍준표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너진 당을 재건한 데 만족하겠다.” 9일 오후8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홍 후보는 1시간쯤 뒤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서며 때 이른 낙선 소감을 밝혔다. 이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선거 결과를 수용한다”며 당 복원에 의의를 둔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치권은 그의 승복 선언보다 ‘당을 재건했다’는 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성공한 구원투수’라고 자평한 것이 향후 그의 행보를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동안 홍 후보는 귀족노조ㆍ전교조 혁파를 내세우며 보수우파 결집에 매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격렬히 반대한 ‘태극기 부대’까지도 끌어안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선 “친북좌파”라고 몰아세웠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우파가 이기지 못하면 모두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며 극한 대결도 부추겼다.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 홍 후보가 견지할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야당’의 입지를 탄탄히 해 문재인 정부에 맞설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더구나 안 후보가 3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권의 힘은 홍 후보에게 쏠리게 됐다. 한국당은 옛 여당에서 졸지에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었지만, 현재 107석으로 원내 2당이자, 제1 야당이다. 대선 전부터 당 안팎에서 홍 후보의 당권 도전설이 흘러나온 이유도 이런 의석분포에서 비롯됐다. 홍 후보는 대선 기간 관훈토론회에서 “과거에 당권을 잡아본 데다 저도 나이가 있다”며 당권 도전의 뜻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당내 관측은 그렇지 않다. 당 관계자는 “현재 친박계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치러질 전당대회에 계파 색이 강하지 않은 ‘간판’을 내세워 당권을 장악할 궁리를 하고 있다”며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에서는 홍 후보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친박계 물밑에서 벌써 대선패배 책임론을 제기할 조짐이 보이는 것도 이를 경계한 때문이다.

홍 후보가 당내 이견에도 밀어붙인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 허용 문제도 숨은 뇌관이다. 한 의원은 “선거 기간이니 의원들이 조용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책임이 있는 의원들까지 일괄 복당 시킨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선 홍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2위로 선전한 데는 ‘친박 콘크리트 민심’이 컸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친박계가 민심의 면죄를 주장하며,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면, 중도 성향이나 온건 친박계 의원들은 홍 후보를 중심으로 모이는 분위기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일괄 복당뿐 아니라 친박 핵심 3인방의 징계도 풀어줬기 때문에 친박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지더라도 의미 있게 패배했기 때문에 친박계에서 섣불리 책임론을 제기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가 앞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재ㆍ보선이나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3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그의 지역구인 송파을 재보선 출마가 점쳐진다. 홍 후보는 2001년부터 세 차례 서울 동대문을에서 당선되기 이전, 1996년 송파갑에 출마해 초선 배지를 달았다. 현재 서울의 주소지도 송파구다.

당 관계자는 “홍 후보는 당분간 친박계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길을 도모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당은 당 조직도, 의원 수도 명실상부한 ‘친박당’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2위로 선전했다고 해도 당을 접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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