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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돼지고기’, 어떤 부위를 선호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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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돼지고기’, 어떤 부위를 선호하십니까?

입력
2017.05.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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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 이번 19대 대선은 강력한 양자구도가 아니라, 다양한 후보들이 경쟁하면서 각자의 특색을 드러낸 각축장이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유권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각 후보들의 특징을 여러 가지 상황에 빗대 풍자하곤 했는데요. 블로그와 비슷한 형태로 글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라온 재미있는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전재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9대 대선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드러난 주요 후보들의 발언과 행동 등을 바탕으로 각 후보를 돼지고기 부위에 비유해봤다. 물론 홍준표 후보의 ‘돼지흥분제’ 발언에서 약간의 모티브를 얻었다. 원색적인 비난은 최대한 자중하려고 애썼다. 자중하지 않았다간 홍 후보 관련 내용에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이 난무할 것 같았다. 모든 내용은 주관적 판단이므로 개인의 입맛에 따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이미지는 대한한돈협회에서 가져와 편집했다.

문재인=족발

맛도 맛이지만 냉채, 파절임, 쌈 채소 등 어떤 조연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정성을 들여야만 향과 맛이 온전하게 전달되고 돼지 잡내가 사라지므로 쉽사리 요리할 수 없다. 돼지의 모든 부위 통틀어서 쫄깃함과 퍽퍽함 둘 다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맛에서 단점을 찾을 수 없어 일부 혐오자들은 오물 바닥에 가장 많이 닿았던 부위라 더럽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장시간 끓는 물 안에서 조리되는 족발 요리에 세균이 득실거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꼬투리 잡을 게 없으니 말도 안 되는 걸 걸고 넘어지는 셈이다.

과거엔 서민 음식이었으나 찾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고급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싼 척하는 비싼 놈’으로 손가락질하는 중이다. 족발 입장에선 억울하다. 가만있는데 주위에서 자꾸 찾다 보니 몸값이 올라간 걸 어찌할까 싶다. 다만, 요리법의 다양성을 연구해 줄 훌륭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수십 년이 지나도 족발 요리법은 오로지 ‘삶기’뿐이다. 다른 부위들은 굽거나 튀기거나 심지어 압착기로 누르기도 하는데, 족발은 여전히 정공법만 고수 중이라 답답할 따름이다.

최근 몇몇 족발 전문점에서 튀긴 족발을 내놓으면서 족발의 새 시대를 열고 있는 중이다. 젊은 층에겐 호평받고 있으나 기성세대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

홍준표=삼겹살

가장 서민적인 부위라고 어느 순간부터 광고되고 있는 부위. 뒷고기가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삼겹살은 비싸면 비쌌지 싼 부위는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본인은 계속 서민 고기 타령 중. 게다가 어느 정도 먹으면 느끼함이 올라와서 반드시 된장찌개나 김치 등 깔끔한 맛의 조연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굽기용 고기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물론 과거 한국인의 돼지고기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았던 탓에 수확한 결과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거라는 헛된 희망에 사로잡혀서 점점 자발적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족발과 목살, 가브리살에 뒷고기까지 맹공하니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돼지고기는 곧 삼겹살’이라 주장한다.

‘먼지 많이 마신 날엔 삼겹살!’ 논리를 미세먼지 시대에 적용하려 하지만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관련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없던 옛날에야 해당 논리가 먹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충분한 근거, 즉 팩트가 전혀 없기 때문. 팩트 없이 주장만 하니 그나마 두껍던 팬층도 점차 얇아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는 삼겹살데이까지 지정하며 삼겹살을 밀어주고 있다. 이러다 삼겹살 공급을 대폭 늘리기 위해 돼지흥분제까지 적극적으로 권유할지도 몰라 무섭다.

안철수=갈매기살

돼지고기 시장에 등장할 때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분명 돼지고기인데 소고기 같은 맛이 나고 기름기가 적어 미식가들이 연일 찬사를 보냈다. 이름 앞에 ‘돼지’라는 소속을 삭제함으로써 포유류와 조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까지 품었으니 대중의 호기심도 쉽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뿐. 몸값을 자꾸만 올려대서 대중의 사랑을 잃고 있다. 심지어 저가 소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몸값이 올라가니, 차라리 같은 값이면 소고기를 먹겠다며 기존 팬들이 떠나는 중이다. 이 정도면 정신 차리고 자세를 낮춰야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굳세게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과거의 바람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경제 불황 시대여서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실 손질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부위다. 발골 작업이 끝나면 곁에 붙은 기름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고깃집에 내놓을 수 있는 퀄리티가 완성된다. 돼지 부위 중 가장 많은 케어와 관심이 필요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도 갈매기살을 비판하면 본인과 함께 매니아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갈매기살의 가치를 모르는 자는 곧 돼지고기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이라 운운하는데 언제까지 이 논리가 효과 있을지는 의문. 어쨌든 맛은 뛰어나다. 그만큼 가격도 뛰어나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유승민=목살

삼겹살과 비등하게 경쟁하던 부위다. 삼겹살에서 기름기를 제거한 맛이라 보면 되는데, 삼겹살의 느끼함에 질린 소비자는 대부분 목살을 선호한다.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로 따졌을 때 영양 균형이 우수한 건 목살인데도 삼겹살의 인기를 좇지 못하고 있다. 가끔 삼겹살이 미친 척하고 몸값을 올릴 때 미약하게 약진하는 정도다. 퍽퍽하다, 두껍다 등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듯하다.

요리법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사랑받는다. 구워서 먹거나 삶아서 보쌈으로 먹기도 하고 양념해서 두루치기, 주물럭 등으로 먹는 등 수요가 많은 부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인기가 없다. 앞다릿살, 머리 고기, 껍데기 따위에 비하면 인기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껍데기에 밀린다는 여론 조사도 있으니 목살의 몰락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이어진다. 자꾸 삼겹살이랑 엮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그런지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장 문제는 이 난관을 뚫을 묘책이 없다는 것. 묵묵히 불판 위에서 제맛을 내다보면 언젠가는 전 국민이 사랑해주지 않을까 한다는데 글쎄다.

심상정=껍데기

여성에게 좋은 콜라겐 다량 함유라는 슬로건으로 돼지고기 시장에 진입해 매니아층을 차츰 쌓고 있다. 콜라겐 때문에 주로 여성만 찾을 것 같지만, 남성들도 적잖이 찾고 있는 나름의 특수부위다. 쫀득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 덕분에 한 번 먹어보면 또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여전히 고깃집에선 사이드로 분류된다. 홍보 방식이 잘못됐는지 평가절하돼서 그런지 시장 진입 후 늘 아류로 취급되는 중이다. 그나마 최근엔 목살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가격이 싸고, 소주와 잘 어울리기도 해서 가장 서민적인 부위라는 평도 이어진다. 그러나 불판 위에서 한 번씩 높게 튀어 올라 당황스럽게 한다. 세포 조직 특성상 한 번씩 바닥을 후려치고 기름을 튀길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쉽게 거부감이 들게끔 하는 특성이다. 일부 소비자는 오히려 이러한 돌발행동 때문에 껍데기를 사랑한다고도 한다.

최근 껍데기를 섭취한다고 해서 콜라겐도 흡수되는 건 아니라는 의학적 사실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팬들이 배신감을 표하고 있다. 물론 껍데기 본인은 콜라겐이 풍부하다고는 했으나 반드시 흡수된다고는 홍보하지 않았다. 어쨌든 환심을 샀던 건 분명하므로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울 때가 됐다.

아니석 브런치 작가 (▶ 브런치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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