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전 국무, 매케인 등
“北이 핵 포기할 리 없는데
직접 대화 언급은 부적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미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핵 개발 포기는 김정은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을 ‘카드’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자칫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직접 대화를 거듭 언급하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에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힐 경우 미국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중국에 제안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 외교를 책임졌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국 대통령이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라이스 전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 위협과 관련해 “이제 어떤 (미국)대통령도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서 “북한의 핵 야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뭔가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은 무모하며 어쩌면 약간 불안정한 상태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북한이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봉사하던 미국 국적자 김학송씨를 6일 적대 행위 혐의로 억류한 것과 관련, “그들은 미국을 고통받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이날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를 위해 거래하듯 외교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의 가치보다는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를 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동시에 조건을 제시하며 북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 의원은 ‘왜 우리는 인권을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기고문에서 “틸러슨 장관은 세계 곳곳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미국에 희망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의 가치는 상대의 곤경을 동정하고 사정이 허락하면 공식적으로 연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추구하는 외교정책은 우리의 가치와 무관한 이익에 봉사하도록 만든다”며 “우리의 안보와 경제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압제자들과의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행운을 빈다. 알아서 하라”고 공격했다.
매케인 의원의 비판은 트럼프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 상황은 개의치 않고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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