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이 인기다.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진열대에 놓이기 무섭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1,2,3권이 교보문고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 1,4,5위에 각각 올랐을 정도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예견된 흥행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전 재산 29만원’이란 수식어는 전두환이라는 석 글자에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다. 반면 3저 호황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도자라며 그를 추켜세우는 이들도 적잖다.
이처럼 누구에겐 강력한 지도자, 또 다른 이에겐 독재자로 기억되는 ‘야누스’들이 직접 집필한 책들을 모아봤다.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김일성 회고록
북한 정권을 탄생시킨 김일성(1912-1994)의 국가주석의 ‘세기와 더불어’는 총 8권으로 구성 된 회고록이다. 1권부터 6권까지는 김일성이 직접 집필한 자서전이고 7,8 권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일성이 작성한 초안에 따라 작성한 계승본(繼承本)이다. 1992년 첫 출간된 이 책은 김일성이 출생한 때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그의 항일 운동과 빨치산 활동을 다룬다.
하지만 ‘세기와 더불어’라는 제목처럼 김일성을 둘러싼 모든 세기를 담지 못했다. 1권이 처음 출간됐을 때 이미 80세의 노령이었던 그가 1994년 눈을 감고 만 것이다. 회고록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촘촘했기에 일생의 3분의 1도 담지 못했다.
사담 후세인이 로맨스 소설가?
사담 후세인(1937-2006) 전 이라크 대통령은 1992년 ‘사담이 말하는 걸프만의 위기(Saddam speaks on the Gulf crisis)’란 저서를 출간했다. 1990년 2월부터 1992년 2월까지 총 1년의 기간 동안 진행된 22건의 인터뷰와 연설을 엮어 집필된 이 책엔 걸프전의 관조자이자 참가자로서의 후세인의 시각이 녹아있다.
한때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지목 될 만큼 위협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엉뚱하게도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자비바와 왕(Zabibah and the King)이란 제목의 연애 소설을 냈다. 당시 익명으로 출간됐지만 저자가 사담 후세인이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국부의 두 얼굴’ 싱가포르의 리콴유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이자 국부인 리콴유(1923-2015). 그는 철인통치로 싱가포르를 경제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찬사와 재임기간 중 권위주의적 개발독재정치체제를 싱가포르에 뿌리내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리콴유는 두 권의 자서전을 집필했다. 1998년 첫 자서전인 ‘싱가포르 스토리’를 2000년엔 후속편 격인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로의 길’을 출간했다. 두 권 다 한국어로도 번역 돼 있다.
책 욕심 많은 카다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 개’라고 불렀던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 무려 42년이나 리비아를 독재 통치했던 그는 긴 재임기간만큼 많은 책을 지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1975년 나온 ‘녹색서(green book)’와 2005년 출반된 ‘마이 비전(my vision)’이다.
녹색서는 카다피의 통치 철학과 정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비교적 최근 출간된 마이 비전은 프랑스 정치학자 에드몬드 주브(Edmond Jouve)와 카다피의 대담 집이다.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됐던 리비아가 21세기 초 서방 세계에 화해의 손짓을 내밀어 국제 사회에 재 편입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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