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로 NSC 보좌관 낙마
“기용 말라고 사전에 경고했다”
“인사 부실 검증 前 정권 책임”
미국에서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인선 책임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정권과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이 상호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러시아 커넥션’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트럼프 정권을 공격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오바마 정권에서도 플린 보좌관을 육군 중장까지 승진시키는 등 부실 검증을 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권 인수기간에 플린을 NSC 보좌관에 기용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 측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이뤄진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의 90분간 독대에서 플린 전 보좌관을 NSC 보좌관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독대에서 “나는 마이클 플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플린 기용을 반대한 것은 ‘러시아 커넥션’ 때문이 아니라 플린의 업무역량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도 플린 전 보좌관의 인선과 관련해 백악관과 세 차례 접촉했으며, 이 과정에서 “플린이 러시아로부터 협박 받고 있을 수 있다. 플린이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증언했다. 오바마 정권에서 법무차관으로 일했던 예이츠 대행은 정권 인수기간 중 잠시 장관대행을 맡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해 해고됐다.
오바마 진영의 주장에 백악관도 반격에 나섰다. 플린이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 '비밀취급 인가'를 받았으며 지난해 재인가까지 받았다는 점을 들어 '검증 책임'은 오히려 오바마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플린이 2015년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강연료를 받은 일이 낙마 사유가 된 점을 거론하면서도 “플린 장군이 백악관으로 올 당시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행한 비밀취급 인가증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2015년 발생한 모든 일을 논의해 발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전임 정부가 했던 일들을 신뢰했다”면서 “최고 비밀취급 인가를 보유한 국방정보국 수장의 배경을 다시 조사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러 경제 제재를 논의하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을 경질한 사실을 들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바른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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