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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력+외모' 김지현, 최나연의 향기를 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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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력+외모' 김지현, 최나연의 향기를 풍기다

입력
2017.05.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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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웃고 있는 김지현/사진=정재호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달 2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7' 2라운드 일정을 마친 김지현(26ㆍ한화)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클럽하우스를 나와 곧장 퍼팅 연습 필드로 향했다.

그를 알아본 팬들이 사진촬영 요구하자 흔쾌히 응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숨 돌리기가 무섭게 연습에 매진하는 김지현에게 그 이유를 묻자 "올 시즌은 우승을 해야죠"라며 "아직까지 퍼팅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어프로치는 많이 좋아졌는데 퍼팅이 생각만큼 잘 안 되는 것 같다. 퍼팅만 보완되면 자연스럽게 우승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방울의 결과는 거짓말처럼 금세 빛을 보게 된다. 김지현은 다음 대회인 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KLPGA 데뷔 후 125경기 만에 지긋지긋하던 준우승 징크스(준우승 2회ㆍ3위 3회 등)를 털고 마침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눈물을 왈칵 쏟을 만큼 감격했던 첫 우승의 원동력 역시 퍼팅이었다. 김지현은 얼핏 차가운 듯 보이는 인상과 달리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골프채만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소심해곤 했다. 그는 "취미로 액션 영화를 즐겨본다. 활발하고 그런 편인데 약간은 소심한 면이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자꾸 퍼터를 짧게 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런 징크스를 무너뜨린 결정적 장면이 이데일리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18번 홀(파5) 버디였다. 공동 선두였던 김지현은 약 8m의 거리의 오르막 퍼트가 뒷벽을 때리고 들어갈 정도의 강한 스트로크로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짧게만 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는 그의 말에는 사실 심리적 갈등과 극복의 과정들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김지현은 실물이 가장 예쁜 골퍼로도 유명하다. 대표 '얼짱' 중 하나로 꼽히며 인기가 많다고 하자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워낙 예쁜 프로들이 많다"고 웃어 넘겼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가 가장 닮고 싶은 골퍼가 1세대 얼짱으로 통하는 최나연(30ㆍSK텔레콤)이다. 김지현은 "최나연 언니의 치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간결하고 깔끔하다. 나도 그런 걸 많이 생각하면서 치는 것 같다. 원래는 아니카 소렌스탐(47ㆍ스웨덴)이었는데 소렌스탐도 공통점이 간단하고 심플하게 스윙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의 플레이를 닮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김지현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오산이다. 그는 지난 시즌 31개의 대회에 나서 준우승 1회 및 톱10에 8번을 드는 등 상금 13위(3억5,367만원) 및 평균 타수 11위(71.59타) 오른 실력자다. 미모 못지않게 운동 능력 또한 뛰어난 골퍼로 스타성을 겸비했다.

김지현은 초등학교 때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다툴 정도로 잘하던 유망주였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급작스럽게 진로를 바꿨다.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출발이었다. 김지현은 "사촌 오빠와 언니가 골프를 쳤었다"고 떠올리면서 "사촌 오빠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잘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쇼트트랙을 했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체력은 좋은 모양이다. 어릴 적부터 예체능을 두루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에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다 그런 줄 알고 시작하는 거다"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 국내 대회 올인이다. 그는 "미국 진출은 당장 생각 안하고 있다"며 "아직 모르겠다. 국내에 집중해서 잘한 뒤에 그 다음 고려하겠다. 너무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자꾸 여유가 없어져서 더 안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골프를 평생의 친구로 여기는 김지현은 "골프는 동반자 내지는 친구 같은 관계다.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꾸준히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라고 정의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친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묵묵히 걸어온 길에 드디어 별이 뜨기 시작했다. 길고 간절했던 만큼 값진 첫 우승은 기폭제다. 그에게선 최나연의 향기가 풍긴다. 좋은 성품과 타고난 체력, 성실함까지 갖춘 김지현의 시대가 바야흐로 막을 올렸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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