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택시 기사들 ‘공동 배차 도입’ 요구
소속 지역으로만 손님 승차 반대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며 영업을 하는 인천 개인ㆍ법인택시들이 공항에서 목적지와 상관 없이 손님을 순서대로 태우는 ‘공동 배차제’ 도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인천공항 택시 손님의 약 62%를 차지하는 ‘서울 손님’을 가져오려는 인천 택시와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서울 택시 사이에서 관리감독권을 지닌 자치단체들이 눈치보기만 하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8일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택시업계에 따르면 인천 택시기사 40여명은 14일까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층에서 공동 배차 도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들은 7일부터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도로에서 서행하는 집단행동도 벌이고 있다.
인천 택시기사들이 요구하는 공동 배차는 하나의 택시 승차장에서 순서대로 손님을 태우는 방식이다. 현재는 택시 승차장이 서울과 인천, 경기로 나눠져 서울 택시는 서울로 가는 손님만, 인천과 경기 택시는 인천과 경기, 지방 손님을 함께 태우고 있다.
인천 택시기사들은 인천공항이 서울, 인천, 경기 고양ㆍ부천ㆍ김포ㆍ광명 등 6개 지역 택시들이 함께 영업하는 공동사업구역인 만큼 택시들이 지역과 상관 없이 손님을 태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 택시들은 현행 유지를 원하고 있다. 서울 택시는 서울에서 손님을 태우고 공항에 들어갔다가 서울이 아닌 지역이나 빈 차로 나올 경우 통행료와 연료비 부담이 커 선별적 승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인천 택시는 시내와 공항을 오가며 영업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서울 택시는 공항에서 평균 4시간40분, 인천 택시는 2시간25분 대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와 부천시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목적지가 타 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상대로 승차 거부하면 과태료(인천 기준 20만원)을 부과하는 명령을 내렸다. 택시 승차 거부와 관련된 민원에 시달리는 공항공사는 이를 근거로 고양 부천 김포 광명을 제외한 경기지역과 지방 손님들을 인천과 경기 택시에 몰아주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동사업구역이라고 해도 지자체가 행정처분에 나서지 않는 이상 승차 거부를 막을 방법이 없다”라며 “국토부, 공항공사 등과 공동 배차에 대해 협의했으나 서울시가 어렵다고 해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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