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발표에 위험부담 우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대선 전에 섀도캐비닛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문 후보는 직접 비(非) 영남총리 인선 방침을 밝히며 선거 전에라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예비내각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내부 중론에 따른 것이다.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까지 당선 이후 차기 정부를 이끌 국무총리나 내각 명단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달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리 후보자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염두에 둔 분이 있다”며 사전 공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문 후보는 당시 “우리나라 정치문화가 좀 더 성숙했다면 적정할 때 공개해 국민 판단을 구하고 검증에도 대비하고 장관 제청도 구상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며 “선거운동 막바지에 가면 조금이라도 다음 정부를 구상하는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대탕평 인사 원칙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전 공개 카드가 힘을 받았고 이후 정치권에선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하마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대위 내부에서 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놓고 미리 인선을 발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거나, 선거 득표 전략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비등해지면서 선거 전 발표는 없던 일이 됐다. 선대위 수준에서 진행하는 인사 검증도 한계가 있고, 차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현실적 우려도 제기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1명을 발표하면 나머지 99명은 돌아서는 게 인사다. 한 지역 출신이 발탁되면 나머지는 실망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며 “벌써 대통령 행세한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 측은 당선 이후 차기 정부 인적 구성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다만 국정 공백이 길었던 만큼 인선은 최대한 서두른다는 기조다. 10일 곧장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을 먼저 발표하고, 인사수석을 중심으로 검증을 거친 뒤 당과 협의 하에 총리 및 내각을 순차적으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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