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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부동산은 활황, 전자계약 성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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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부동산은 활황, 전자계약 성공은 ‘글쎄’

입력
2017.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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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세종시, IT시대 편리한 계약 시스템 강조

공인중개사는 소통 부족 등 들며 참여 소극적

부동산 전자계약 우수업소 인증패. 국토부 제공
부동산 전자계약 우수업소 인증패. 국토부 제공

정부가 올 하반기 전국 시행을 앞두고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부동산 전자계약’이 중개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가장 활발한 세종시에서 우선 운영해 전자계약의 실효성을 담보하려 했지만 업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세종시는 지난달 24일 ‘부동산거래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갖고, 세종시를 부동산 전자 거래 선진도시로 적극 육성키로 했다.

국토부가 오는 8월 전국적으로 시행 예정인 부동산 전자계약은 한 마디로 종이계약서가 아닌 컴퓨터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이다. 계약서는 정부 지정 전자문서보관센터에 무료 보관돼 위ㆍ변조, 이중계약 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임차인은 전세자금대출 이자까지 수백만원을 할인 받는 것은 물론, 등기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확정일정이 자동 신고되기 때문에 주민센터를 가지 않아도 된다. 중개업자는 실거래가가 자동 신고돼 신고 시기를 놓쳐 내야 하는 과태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행정기관은 전자계약 현황을 온라인 상에서 살펴보면서 지도ㆍ점검할 수 있다.

국토부는 부동산 전자계약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강력한 행정처분도 병행키로 했다. 최근 1년 간 부동산 거래 사고가 없으면 우수 전자계약 모범업소 인증패를 제공하고, 실적이 우수하면 연말 국토부장관, 세종시장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반면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 위법행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자격ㆍ업무정지 조치하는 등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세종시에 전자계약을 시범 도입한 것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시스템의 장점을 십분 입증해 타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15개월 연속 아파트 미분양 제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세종시에서 전자계약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타 지역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것이란 계산에서다.

세종시 아파트
세종시 아파트

하지만 이런 기대는 초반부터 엇나가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전자계약에 참여한 세종시 관내 중개업소는 68곳으로 전체(920여곳)의 7.4%에 불과하다. 신도심(행정도시)도 전체 630여곳의 채 10%에도 못 미치는 60곳만 전자계약에 참여했다. 동별로는 나성동(17곳)이 그나마 가장 많았고, 도담ㆍ종촌ㆍ한솔동 등에서 7~8곳이 참여한 게 고작이다.

최근 7,000여세대가 입주하며 거래가 가장 활발한 새롬동(2-2생활권)에서 전자계약에 참여한 중개업소는 3곳에 그쳤다. 매매와 전ㆍ월세 거래 과정에서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무자격 업자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전자계약의 취지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부동산 업계에는 정부가 업계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자계약을 도입했다는 반감도 크다. 신도심 공인중개사 모임 한 임원은 “전자계약의 주 사용자는 중개사무소인데 관련 협회 등을 통해 우선 협조 요청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양해도 없이 정부가 밀어부친 것에 대해 업계에선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충분한 협의도 없이 전자계약을 통해 중개대상물 확인서, 건폐율 등 각 공인중개사가 갖고 있는 정보까지 손쉽게 가져가려고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자계약은 편리하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전자계약으로 양 거래 당사자와 공인중개사가 서명하더라도 어차피 만나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는 사업자 인증도 해야 하는 등 일이 더 많아져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소득도 노출되는 걸 꺼리는 것도 저조한 전자계약 참여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편에선 IT시대에 걸 맞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이제는 도입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공인중개사들이 적극 참여해 거래 당사자와 부동산 업계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전자계약 관련 안내 책자 수령을 거부하는 등 업계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다”며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에 공감은 간다.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센티브 등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초기 혼선이 좀 있더라도 전자계약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업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등기 부동산 거래 불가 문제 등 설득력이 있는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지만 수시로 협회와 접촉해 협의하는 등 그 동안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초기 혼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IT시대에 전자계약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며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을 계속 설득해 전자계약이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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