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착륙 중 튕겨져 나가 추락
동료들 “끼니 거르며 일했는데…”
대선 후보들 “안타깝다” 애도
“항상 따뜻했던 모습 떠올라 가슴이 아픕니다.”
8일 강원 삼척시 도계 산불 진화 작업을 하다 불의의 헬기 불시착 사고로 숨진 고 조병준(47) 정비사의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전북 익산산림항공관리소 소속인 조 정비사는 6일부터 진화 작업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헬기 4대와 함께 조종사, 정비사 등 12명이 이번 진화 작업에 파견됐으며 정비사인 조씨는 헬기에 탑승해 응급상황 시 정비 등의 역할을 맡았던 참이었다.
조 정비사와 조종사 등 3명이 타고 있던 KA-32(카모프) 헬기는 파견 사흘째인 이날 오전 11시46분쯤 고압선에 걸린 뒤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 도계농공단지 인근 하천에 비상착륙을 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에서 튕겨져 나와 추락한 조 정비사는 119구급차로 삼척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익산산림항공관리소의 동료 정비사는 “조 정비사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책임감이 투철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며 “누구보다 성실했는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조 정비사는 1997년부터 20년간 안전운항을 책임지던 베테랑이었다. 2011년 익산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돼 산불 진화는 물론 병충해 방제까지 농민들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도우미였다. 그는 산불이 시작된 후부터 강릉 성산면 어흘리와 삼척 도계읍 산불 현장을 누비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루라도 빨리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끼니도 거르며 하루 8시간이 넘도록 헬기에 몸을 싣고 화마가 덮친 현장을 오갔다는 게 동료들의 얘기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조씨는 아내와 딸 1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정비사의 순직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고인을 애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다하다 유명을 달리한 베테랑 정비사를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사고대책본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등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삼척=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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