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IT 등 업종별 전문가 평가
중국판 ‘인더스트리 4.0’ 속도
품질-기술-신산업 대응력 차이
현재 20점에서 5점차로 줄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외하면
한국이 앞서는 분야 거의 없을 듯
#1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2015년 3월 랴오닝성 선양에 가전업체 중 세계 최초로 냉장고 생산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 100m에 달하던 전통적인 생산 라인을 18m에 불과한 4개 라인으로 교체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요구를 반영한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인원을 57% 줄였지만 생산라인의 설비능력은 80%가 높아졌고 생산ㆍ배송시간도 47% 단축시킬 수 있었다.
#2 중국 철강업체 보산강철은 정부가 지정한 스마트 제조 시범 사업인 ‘1580 열연 스마트 공장’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해 독일 지멘스와 ‘인더스트리 4.0 전략적 합의’를 체결했다. 보산강철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의 공장들에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보산강철은 현재 고객과 시장의 빅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해 제조 과정에 반영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5년 후면 중국에 거의 따라 잡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이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중국판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기반으로 5년 뒤엔 우리나라가 현재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전, 통신기기, 자동차 분야 등에서 마저 우리나라를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조사ㆍ관측 결과이다.
산업연구원은 8일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우리 주력산업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업종별 전문가 평가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주력산업 경쟁력을 비교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가격 경쟁력이 우리에 앞서 있는 반면 품질ㆍ기술ㆍ신산업 대응능력에선 전 부문 우리가 다소 앞서 있지만 5년 뒤엔 이마저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근접하게 추격하거나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을 100점으로 기준할 때 가전 분야에서 중국의 품질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은 현재 모두 90점에 불과하지만 5년 뒤엔 각각 100점, 97.5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5점을 1년 격차로 가정한 것이니 사실상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격차가 20점 안팎으로 벌어져 있는 자동차 분야도 현재 품질경쟁력 80점, 기술경쟁력 85점에서 각각 90점, 95점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85~92점에 머물러 있는 통신기기ㆍ반도체 분야의 품질 및 기술경쟁력도 5년 뒤엔 모두 95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충격적인 것은 디스플레이와 일부 반도체를 제외하면 양적ㆍ질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5년 뒤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빠르게 우리나라를 추격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상승과 공급과잉 등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크게 둔화함에 따라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중국식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제13차 5개년 계획’과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정책 등이다. 인터넷과 경제ㆍ사회 전반의 융합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2025년까지 제조업의 경쟁력을 독일, 일본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야심 찬 목표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선도국 중 정부와 민간의 협력 체계가 잘 구축돼 있는 독일을 모델로 삼아 적극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산업 대응능력에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장기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이 가속화할수록 우리 기업은 일부 첨단분야 및 핵심부품소재, 프리미엄 제품 등을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첨단분야에서조차도 전기자동차 같은 부문은 중국이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연구위원은 “중국의 산업화가 고도화되면 경쟁도 치열해지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로 산업 전반의 고급화와 차별화, 신제품 개발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도 연구개발(R&D) 및 자금 지원, 규제 완화 등 여러 정책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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