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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적 없는 길 가는 코스피

입력
2017.05.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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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국 증시가 가본 적이 없는 길로 접어 들었다. 기업 실적 호전과 외국인 매수에 힘 입어 ‘코스피 2,300’을 눈앞에 둔 거침 없는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날아오른 주가를 아슬아슬하게 보는 시선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일 2,292.76을 기록하며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2,245.61로 출발한 지수는 하루 동안 51.52포인트(2.30%)나 올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승리하며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줄어든 데다가 9일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장을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5,448억원, 기관은 854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6,64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월 들어 장이 열린 3거래일 동안 무려 1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 외국인의 순매수액이 총 11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신흥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연초 글로벌 증시가 올라도 소외 받던 국내 증시가 최근엔 글로벌 시장보다 더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장 막판 큰 폭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가 급등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후 들어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전산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십 종목씩 묶어 거래하는 것)가 급증한 반면 다른 날보다 기관과 개인의 매도량은 적었던 영향에 주가가 쭉 올라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7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날(227만6,000원)보다 3.3%(7만5,000원)나 오른 235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9일 이후 코스피 상승치의 절반은 삼성전자가 견인한 셈"이라며 "전기전자(IT) 업종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코스피의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면서 곧 하락장이 나올 것으로 점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지난 4일 기준 71조8,38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대차거래를 한 뒤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 갚는 공매도 투자 대기 자금이 많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48조원 수준이던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3월 6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에 70조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대차거래가 많이 이뤄진 종목은 SK하이닉스(3조2,897억원) 하나금융지주(1조3,489억원) LG디스플레이(8,673억원) 우리은행(8,013억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박스권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그 동안 증시가 워낙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과거에 비춰 판단할 때 이 정도면 박스권의 상단이고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차거래 방식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사상 최고라는 것은 더 이상 주가 상승을 저지할 매물도 없다는 뜻”이라며 증시가 어디까지 상승할 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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