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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마트폰 속도는 LTE, 대학음주문화는 2G

입력
2017.05.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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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축제시즌이 시작됐다.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지났어도 캠퍼스의 봄을 떠올리면 흐뭇해진다.

필자의 대학시절과 비교해 요즘 대학 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 디지털, SNS 등으로 대표되는 소통의 방법이다. 실시간으로 전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 또한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음주문화만큼은 변화의 속도가 시대 변화에 못 미친다.

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전국 대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캠퍼스 음주 문화 실태’에 따르면, 본인을 포함해 현재 대학생들의 음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70%, 무려 1,692명에 달했다. 매년 신학기와 축제 시즌마다 반복되는 음주 사고를 예방하고자 대학마다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달랐다.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캠퍼스 음주 문화에 부정적이었던 70%의 학생들이 문제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잘못된 음주 습관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거나 잘못된 것은 알지만 바꿀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약 47%로 절반에 달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음주의 양이 곧 의리의 척도가 되고, 선배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술을 권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능동적 개선 의지를 갖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도 다르고, 독립적이고 개인적이며 무엇보다도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세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볼 때 이들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기존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음주와 관련해서는 구세대의 문화를 답습하기 쉬운 것으로 읽힌다.

설문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개인으로서는 즐길 수 있는 음주가 단체로 규모가 커지면 불편해 지는 상황은 시류를 거스르는 악습이다. 윗사람부터 바뀌어야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에게만 의지를 갖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필자도 대학생 자식을 둔 입장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주변의 어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는 필자의 회사가 주류 기업임에도 다양한 건전 음주 교육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유이다.

술을 처음 접하고, 음주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대학생들과 상대적으로 음주 기회가 많은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책임 있는 음주문화의 필요성과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이러한 활동은 누구나 술을 건전하게 즐기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았다.

하지만, 한 기업의 작은 노력만으로 대학과 사회 전반의 음주문화를 바꾸기에는 갈 길이 멀다. 가정에서부터 각급학교, 그리고,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부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내 자식, 후배라는 마음가짐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음주교육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와 동떨어진 우리 대학의 음주문화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다. 세계를 매료시킨 한류 열풍처럼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음주문화가 대학에 자리잡길 기대한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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