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로 10년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고 금의환향한 정현(66위ㆍ삼성증권 후원)이 데뷔 후 ‘최고의 한 달’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을 다짐했다.
8일 오전 귀국한 정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칭스태프의 변화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코트에서는 긍정적이려고 노력했고, 그런 태도가 좋아지다 보니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코치진도 바꿨는데 한 달간 큰 변화는 아니지만 세세하게 달라진 면이 있다. 새 코치(스카이 김) 선생님이 테니스에 대해 섬세한 편이라 저와 의사소통이 잘 된다. 이전 코치님(윤용일)과 오래 함께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기간에 노력한 것이 지금 빛을 내는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2주 연속 클레이 코트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데 대해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클레이 코트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호주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한 소감에 대해서는 ”조코비치는 하드코트에서 잘하는 선수고,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신과 같은 존재다. 그 선수들과 마주 서는 압박감은 직접 코트에 서보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떠올렸다.
지난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오픈에서 준결승에 진출, 2007년 이형택 이후 10년 만에 ATP 투어 단식 4강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된 정현은 "운동선수로 이형택 원장님을 넘어서고 싶다"고 의욕을 내보이며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제2의 이형택'에서 '제1의 정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도 펠라(158위ㆍ아르헨티나)와 BMW오픈 준결승 패인은 “그날 4강전에 앞서 8강전 3세트 잔여 경기를 치렀는데 그 경기를 마친 뒤 긴장이 너무 풀렸다. 너무 편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겼다면 그래서 이겼다고 하지 않았겠나”라며 ‘결과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정현은 이날 개막한 ATP 휠라 서울오픈 챌린지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오전에 출전 신청을 철회했다. 정현은 "몸 상태를 확인하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홈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신 이달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3회전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그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1회전 통과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두 번 이겨보는 것이 목표"라며 “투어 우승도 언제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정권에 들어온 것 같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침에 공항에 내려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 설득 중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팔로워들이 예전하고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현은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78위에서 12계단 오른 66위에 자리했다. 정현이 세계랭킹 60위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한편 이덕희(19ㆍ현대자동차 후원)는 이날 서울시청 입단식을 가졌다.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본 연봉 1억원에 3년 계약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랭킹 142위인 이덕희는 “좋은 곳에 입단해 기쁘고 많이 도와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면서 ”(정)현이 형은 따라가고 싶고 배울 점이 많다. 나도 그런 무대에서 함께 뛰려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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