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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역사 걸으며 배워요

입력
2017.05.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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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유산 집중된 ‘정동 한 바퀴’

낙성대 일대 ‘강감찬 10리길’ 투어

백제 유물 해설 ‘한성백제왕도길’

지역 주민이 마을해설사로 참여

주민해설사 임예숙(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2일 서울시 중구 정동교회에서 정동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주민해설사 임예숙(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2일 서울시 중구 정동교회에서 정동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이 곳 이름은 ‘광명이 이어져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비운의 장소입니다. 일제에 나라를 강제로 빼앗긴 을사늑약이 체결된 곳이죠.”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덕수궁 중명전(重明殿) 앞. 주민해설사인 임예숙(63)씨 설명을 일가족을 포함한 16명이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듣고 있었다. 덕수궁뿐 아니라 신식 민간 교육기관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신식 여성 병원 보구여관,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인 정동교회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근대문화유산 1번지, 정동길이 이야기길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중구청이 운영 중인 근대 유산 도보 탐방 프로그램 ‘정동 한 바퀴’를 통해서다.

이날 참가자들은 두 시간 동안 정동길을 걸으면서 근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났다. 고고학자가 되고 싶은 김민석(돈암초 2학년)군은 “학교 방과후수업도 역사교실을 듣고 있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 너무 재미있다”며 귀를 기울였다. 경기 군포에 사는 이현준(수리중 2년)군은 “평소 문화재 보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 엄마랑 지하철을 한 시간 타고 여기까지 왔다”며 “TV로만 보다 직접 와서 보니 더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정동 한 바퀴는 48회가 진행되는 동안 벌써 786명이 다녀갔다. 특히 실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해설을 곁들여 반응이 좋다. 참여 희망자가 4명만 넘으면 해설사가 지원된다. 이처럼 최근에는 역사와 문화, 자연과 생태, 전통시장 등 구석구석 숨어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캐내 도보 관광 코스로 선보이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이른바 도심 속 여행을 통해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제1회 관악 강감찬 축제’를 열었던 관악구는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을 내세운 동네탐방길을 운영 중이다. 강감찬 장군 탄생지인 낙성대 일대를 묶은 ‘강감찬 10리길’ 투어 코스다. 강감찬 생가 터와 낙성대공원, 서울대 등을 마을관광해설사와 함께 1~2시간 동안 걸으면서 둘러보는 길이다. 지역의 자원인 관악산을 이용한 자연생태체험교실과 숲길 여행, ‘책 읽어주는 숲 해설가’, ‘관악산 숲속생태체험관’, ‘장미오감체험’ 등 10여개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 중이다.

송파구도 지난달 8개 역사 해설과 스토리가 있는 도보관광코스를 선보였다. 풍납동 토성, 몽촌토성, 방이동 고분군, 석촌동 고분군 등을 묶어 백제 역사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한 ‘한성백제왕도길’(1ㆍ2코스)이 대표적이다. 조선 후기 송파장과 현대 가락시장을 이은 ‘추억의 송파장길’, 임경업 장군 이야기 등을 접목한 해설이 있는 ‘책 읽는 역사길’도 있다. 나머지 코스는 해설사 없이 관광객이 자유롭게 다니는 길이다. 생태경관보존지역인 방이습지와 자연생태계 복원사업으로 만들어진 성내천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도란도란생태길’, 롯데월드 민속박물관과 서울놀이마당 등을 둘러보는 ‘송파문화체험길’, 석촌호수를 감상하는 ‘석촌호수 데이트길’ 등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요즘 대세인 걷기에 자치구마다 예산과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며 “무작정 걷는 게 아니라 길에 스토리를 입혀 지역의 볼거리도 체험해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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