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대책 없이 망가졌다. 영화 '보안관'(3일 개봉) 속 이성민의 이야기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영화 '변호인' '군도: 민란의 시대' 등에서 주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이성민의 파격적인 변신이 단연 눈에 띈다. 검은 쫄티에 반짝이는 금목걸이부터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자랑했다.
물론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이성민이 연기한 대호는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을 소중히 챙기고 아량이 넓은 인물이다. 실제로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모습이 닮았다. 주변인들을 잘 챙기는 배우로 유명한 이성민은 전작 '군도: 민란의 시대'의 조감독 출신인 김형주 감독의 입봉작에 흔쾌히 출연했다.
"같이 작업을 했던 감독의 입봉작이라 큰 관심이 있었죠. 그리고 시나리오 자체에 부담이 없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첫 인사를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좀 다이내믹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성민은 '보안관'을 코미디 장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믹 영화로도 수사물로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들을 비춰볼 수 있는 풍자가 담긴 영화라고 생각했죠. 40대 가장의 모습일수도,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요."
부산 기장의 보안관 대호는 마을 사람들을 진두 지휘한다. 때 아닌 적수 종진(조진웅)을 만나 극심한 갈등을 겪지만, 기장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마을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아재 히어로'나 다름없다. 특히 다부진 체격에 잘 어울리는 쫄티와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유쾌했어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모습들을 연기했으니까요.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느꼈죠. 흥미롭게도 대호의 모티브가 된 인물들이 실제로 있어요. 부산 해변에 있는 중년 남성들인데, 서핑을 즐기시며 근육질을 뽐내시더라고요."

극중 대립관계를 형성한 조진웅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KBS2 드라마 '열혈장사꾼'(2010년)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한 자동차 브랜드 CF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열혈장사꾼' 촬영 당시 조진웅을 보면서 '저 친구는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군도' 때 다시 만났는데 그 때 진웅이는 이미 어느 정도 클래스에 올라있는 배우였죠. 우리가 더 친해지게 된 건 CF를 촬영하면서였죠. '우리 잘 가고 있지 형?'이라고 진웅이가 저한테 묻는 대사가 있었는데 둘 다 무명 아닌 무명시절을 겪었기 때문인지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사석에서는 조진웅과 술자리를 많이 갖지는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주가인 조진웅에 반해 이성민은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웅이나 (김)성균이나 술을 참 좋아합니다. 전 술을 못하죠. 진웅이나 성균이와는 주로 식사를 하는데, 가족 모임으로도 종종 만나요. 제 아내와 진웅이 아내랑 친해졌죠."

'보안관'은 중 장년층 남성들을 공략한 영화이기도 하다. 소위 말해 '잘 나가지' 못하는 '아재'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쩔 수 없이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달리 보면, 여성주의적 정서와는 반대되는 영화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사실 '아재 문화'라는 것도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죠. '아재'라는 단어 자체가 그 대상자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꼰대'와는 전혀 다른 뜻이잖아요. 요즘은 멋있는 중년을 '아재파탈'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도 그 말이 참 듣기 좋더라고요."
"여전히 나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겸손한 이성민도 잘 나가는 후배들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여전히 그렇죠. 사실 20대 때는 다 저보다 밑으로 봤어요. 오만했죠.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멋있고, 잘하는 후배들을 보면 질투가 나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굳이 경쟁하려고 하지 않아요. 지금을 인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게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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