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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란 이유로 장애인등록 거절…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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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란 이유로 장애인등록 거절…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세요”

입력
2017.05.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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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루치스탄 출신 무하마드자이씨

아들 미르 활동보조인 배정 위해

장애인복지법 개정 필요성 제기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난민 미르 바라츠(왼쪽에서 두 번째)가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머니 칼레드 나디아, 남동생 미르 헤르비야르,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여동생 자바드 발로츠. 신은별 기자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난민 미르 바라츠(왼쪽에서 두 번째)가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머니 칼레드 나디아, 남동생 미르 헤르비야르,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여동생 자바드 발로츠. 신은별 기자

“우리 아들, 장애 있어요. 걸음 잘 못 걷고, 말 잘 못해요. 그런데 난민이라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해요, 아이 도와줄 사람 없어서 2년 동안 학교도 다닐 수 없었어요.”

파키스탄 남서부에 위치한 발루치스탄(Baluchistan) 지역 출신으로 파키스탄 정부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와 2014년 난민인정을 받은 칼레드 발로츠 무하마드자이(49)씨. 7일 부산 사상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맏아들 미르 바라츠 무하마드자이(11)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설움이었다.

미르군은 태어난 지 3일 만에 황달 증세를 보인 뒤 뇌병변장애(뇌성마비)를 앓기 시작했다. 장애진단서에는 ‘전반적 발달지연 보임, 파행(절뚝거리며 걸음)으로 항상 보조가 필요함, IQ는 30 전후로 의미 있는 단어표현이 없음’이라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무하마드자이씨 마음은 찢어진다. 발루치스탄 독립운동(BNM)을 하면서 정부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치료를 제대로 해 줄 수 없었고, 장애진단도 아이가 2015년 난민인정을 받은 뒤 병원에 데려가 받을 수 있었다.

무하마드자이씨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아들이 국가가 인정하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아동으로서 받는 지원금(부양수당) 등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아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됐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2015년 집에서 가까운 특수학교(솔빛학교)에서 미르 입학을 허가했지만 학교를 갈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임신했던 아내(35)가 양수가 터져 움직이기 힘들었고, 저 역시 10년 전 받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버스를 타는 곳과 집 사이에는 비좁은 터널이 위치해 있어 버스가 집 앞으로 올 수도 없었다. 터널에는 인도조차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아이가 혼자 오가기엔 위험했다. 비탈길이라 걸음이 불안정해 걷기에 적합하지도 않았다. 결국 학교 다니기를 포기해야 했다. 여느 장애아동처럼 활동보조인을 배정 받을 수 있었다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아들은 그 ‘장애아동’도 아니었다. 학교 측에서는 “장애인 등록을 해서 활동보조인을 배정 받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아들을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구청에 아들의 장애인등록 신청을 했는데, 난민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부 당하자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법원을 찾은 것이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상 등록대상은 재외국민, 외국국적동포, 한국영주권자, 결혼이민자로 한정돼 있다. “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인정을 거부당한 사례도 미르군이 처음이었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난민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권고했다. 난민법은 국내 체류하는 난민인정자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공’(제31조)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난민 처우에 관한 정책 수립, 시행, 관계 법령 정비, 관계부처 등에 대한 지원 및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제30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무하마드자이씨는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진 엄마가 도와줘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난 달에는 상장도 받아왔다”고 했다. 입학 허가를 받은 지 2년 만에, 5학년이 됐어야 할 미르군은 3학년으로 그토록 바라던 학교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비닐에 곱게 싸여 있는 그 상장을 든 아들을 품에 안은 그는 “우리 아들, 잘 웃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로서 그가 바라는 건 크지 않다. 그저 ‘장애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 받는 것’, 그 뿐이다.

부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자택 앞에서 미르 바라츠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으며 웃고 있다. 신은별 기자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자택 앞에서 미르 바라츠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으며 웃고 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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