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학상의 심사는 비평가가 비평가를 심사하는 일이다. 비평문학상의 경우 시인이나 소설가가 심사에 참여하는 일은 없고, 비평가의 수는 시인이나 소설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런 점에서 비평문학상의 심사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비평문학상의 심사가 쉽다고 하는 이유는 다른 문학상보다 대상자에 대한 사전정보가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수상대상에 오를 정도의 비평가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심사과정에서 의외의 결정이나 지루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다. 비평문학상의 심사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잘 아는 동업자에 대한 심사이기 때문이다. 동업자의 글에 대해 장단점을 따지며 배제의 논리나 옹호의 논리를 전개하는 일은 괴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제28회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대상 평론집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모두 51권이었다. 이 사실은 지난 30여년 동안에 연간 평론집의 숫자가 약 두 배 정도로 증가했다는 것과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평론가의 숫자가 50여명 정도라는 것과 심사위원들의 작업량이 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4월 14일에 열린 1차 회의에 참석한 김주연(위원장), 김인환, 오생근, 정과리 네 분의 심사위원들은 목록을 검토하면서 먼저 주목해야 할 평론집의 숫자에 놀라는 눈치였다. 권성우, 김형중, 소영현, 손정수, 임우기, 장경렬, 조재룡, 함돈균 등 소홀하게 넘길 수 없는 평론가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걱정스런 눈빛이었다. 그렇지만 심사위원들은 팔봉비평문학상을 수 차례 심사하며 획득한 노하우와 부지런한 독서를 통해 축적해 놓은 사전 정보를 십분 활용하면서 능숙하게 2차 심사에서 논의할 대상자를 압축해 나갔다.
5월 1일에 열린 2차 회의는 김주연 위원장 주재 하에 권성우, 김형중, 손정수, 조재룡, 장경렬, 함돈균의 평론집을 대상으로 한 사람씩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평범한 작품과 좋은 작품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문학작품보다 문단생태계에 더 관심이 많다”, “논의의 준거로 삼는 외국이론이 적절하다”, “시대에 대한 열정을 작품분석이 따라가지 못한다” “지나칠 정도로 교과서적 해설이다” 등의 평가를 통해 자기 나름으로 수상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사람을 지목했다. 이렇게 한 차례 의견개진이 이루어졌을 때 수상자는 벌써 김형중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ㆍ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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