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확인 작업 없이 ‘백지 공증’
법무법인 대표ㆍ사무장 구속기소
외교부 아포스티유 업무 담당자
업체 소개비로 6700만원 챙겨
검찰이 번역 관련 수만 건의 허위 공증을 한 변호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 문서 위조 여부 확인 업무를 전담하는 외교부 공무원이 번역업자들에게 편의 제공 대가로 뒷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법정에 서게 됐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지난 2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W법무법인의 대표 정모(64ㆍ사법연수원 15기)씨와 사무장 유모(63)씨를 구속기소하고, S공증사무소 대표 김모(74ㆍ사법시험 9회)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허위로 번역인증서 7만2,000여건을 공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번역공증은 대개 번역한 사람이 공증 변호사 등의 공증인 앞에서 본인이 번역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원본과 번역본이 정확하다. 오역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들 일당은 미리 번역인과 공증 변호사의 서명을 받아 놓은 일종의 ‘백지 공증’ 서식을 만들어 놓은 뒤 번역인 확인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공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당 2만5,000원 정도 하는 통상적인 비용보다 2,000~3,000원 싼 값에 번역본들을 공증해 주는 박리다매형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과 범행을 함께 한 법인과 사무소 소속 변호사 5명에 대해서는 정씨 등의 지시를 받고 단순 가담한 것으로 판단,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했다.
한편, 검찰은 외교부 공무원 김모(36)씨 비위도 적발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외교부에서 아포스티유(apostille) 확인 업무를 전담하던 무기계약직 김씨는 2010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아포스티유 확인에 추가 번역이 필요할 경우 번역업체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 7명으로부터 6,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아포스티유 확인은 국제협약에 따라 문서 발행국의 외교부나 법무부 등에서 확인 절차를 거치면 협약 가입국에서 추가 확인 없이 공인문서로써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공증인협회 수사 의뢰를 받아 정씨 등을 수사하던 검찰은 번역업체와 김씨 간 수상한 거래를 포착, 김씨의 범행을 밝혀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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