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4~5일 중국에서도 한국 대선과 관련된 뉴스가 젊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넓게 보면 선거와 연관된 뉴스였지만, 그렇다고 후보나 정당, 사전투표 자체에 대한 소식은 아니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씨 얘기였다.
유담씨가 지난 4일 홍익대 앞 유세현장에서 지지자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응하던 중 한 30대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은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은 유담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난데없는 한국 경찰에 대한 비난까지 다양했다. 이튿날 이 남성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한국 뉴스가 링크된 포털사이트 신랑(新浪)의 보도에는 이 남성을 비난하거나 유담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1,000개를 훌쩍 넘었다.
중국에서도 한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대선일이 가까워오면서 보도량을 크게 늘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해 차기 정부 출범 후 전반적인 한중관계를 전망하는 중국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관영매체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관심의 정도가 그다지 진지하지는 않아 보인다. 신랑ㆍ서우후(搜狐)ㆍ왕이(網易) 등 주요 포털사이트나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 등 SNS에서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이가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아닌 유담씨라는 점이 단적인 예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무조건 유승민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실 유담씨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은 흡사 웬만한 한류 스타를 능가한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담씨의 대학생활 얘기에 대한 전언이나 어렸을 적 사진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한류 여신’을 검색하면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함께 유담씨 이름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유담씨 사진 여러 장을 두고 인기투표를 실시한 일도 있었다. 신랑이나 서우후 등이 며칠에 한 번꼴로 메인화면 사진뉴스란에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돕는 유담씨의 모습을 게재하는 건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유담씨가 중국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는 데에는 뛰어난 미모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다만 관영매체는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것 같고 네티즌들은 유담씨 외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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