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강릉에 대형 산불이 일어나며 유독 영동 지방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까닭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봄철 건조한 기후와 편서풍, 높은 소나무 분포율 등으로 영동 지방이 산불에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7일 강릉ㆍ삼척 산불이 확산된 원인에 대해 “2주 이상 비가 내리지 않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바싹 마른 낙엽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동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지닌 소나무 분포율이 높다”고 밝혔다.
산불이 크게 번지는 건 바람의 영향도 크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로 이뤄진 강원도는 산세가 높아 바람이 더 세차고 빠르다. 실제로 지난 6,7일 강원 지역에는 초속 10~20m의 강풍이 불었다. 경사도가 높은 일부 지역은 바람이 더 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3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람의 영향을 받을 경우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이상 빨라진다. 모의실험 결과 바람이 없을 때 산불은 1분당 0.57m 속도로 이동했지만 풍속 6m/s의 바람이 불 경우엔 최대 15m까지 확산됐다.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낙산사) 산불 등 피해면적이 넓었던 강원 지역 대형 산불도 건조한 날씨와 강한 편서풍이 이어진 3,4월에 발생, 주변 지역으로 번져나갔다. 2000년에는 순간 최대 초속 23.7m의 바람이 불면서 불씨가 약 2㎞ 밖까지 산과 하천을 넘어가 피해를 끼쳤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관계자는 “봄철에는 강한 편서풍으로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논ㆍ밭두렁을 태우거나 산소 주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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