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ㆍ에쓰오일 등
정유 영업이익률 최대 6% 불과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치솟자
유화ㆍ윤활유 사업에 투자 확대
“호황 돌입… 지속적 성장하려면
中 일변도 벗어나 시장 다각화를”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줄줄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최근 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전망이 낙관적이지만,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연결 기준)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을 이끈 것은 비정유 부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2015년 46%에서 지난해 53%로 늘어나며 정유 부문을 추월했고, 올해 1분기에는 2%포인트 늘어난 55%를 기록했다.
1분기 3,2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에쓰오일도 지난해 55.2%였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69%(올해 1분기)까지 치솟았다. 정유 사업 비중이 높았던 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8% 늘어난 3,548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중 1,000억원 이상이 비정유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체의 사업 분야는 원유 정제로 생산되는 휘발유, 경유 등을 판매하는 정유 부문과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파라자일렌(PX)과 벤젠ㆍ톨루엔ㆍ혼합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부문,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유 부문으로 나뉜다. 그런데 최근 비정유 부분의 영업이익률이 두드러진다. 최대 6% 수준인 정유 부문과 달리 석유화학 부문은 20%대, 윤활유 부문은 35%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중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앞다퉈 석유화학ㆍ윤활유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부문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3억7,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에쓰오일은 약 4조8,000억원을 들여 내년 4월까지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설비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전남 여수에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부탄올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혼합자일렌 사업을 위해 2014년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 윤활유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자급화가 어려워 국내 제품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이 앞으로 2, 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중국 시장 비중은 46.3%에 달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신흥 국가의 생산 설비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이 석유화학 분야까지 확산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월 석유화학제품 국가별 수출 증가율에서 인도네시아(61.5%), 이란(51.3%), 인도(44.2%) 등이 중국(16.3%)을 앞질렀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시장 다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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