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가짜 뉴스 넘치고
차차기 주자들 얼굴도 못 알려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선거기간으로 인해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많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후보 확정이 약식으로 이뤄지고, 당내 경선 기간도 짧아 각 후보들은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네거티브전에 집중했고, 자연스레 정책 선거는 뒷전으로 밀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형 정책 이슈가 없었다. 정책 숙성기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후보들 스스로도 짧은 선거기간을 의식해 굵직한 정책 이슈로 승부를 거는 데 몸을 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0일까지 원내 5당 대선 후보들에게 10대 공약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마감시한을 맞춘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개헌 이슈가 부각됐지만, 이마저도 후보들마다 셈법이 달라 흐지부지 됐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선거 기간이 짧아 후보들이 공약을 촘촘하게 준비하지 못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편차도 컸다.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길었던 진보 진영 후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반면 후보 확정이 늦었던 일부 후보는 정책 지향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슬로건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이 실종되자 네거티브가 그 자리를 채웠다. 네거티브전도 선거 전략의 하나로 간주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유난히 ‘아니면 말고 식’의 소모적인 공방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네거티브 전략도 상대를 알고 철저한 준비 속에 구사해야 하는데 졸속으로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결정적 한 방 없이 소모적 논쟁만 주고 받다 끝났다”고 비판했다.
네거티브와 함께 도를 넘은 가짜뉴스도 판을 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급속한 발달로 가짜뉴스가 번성할 토대가 마련되자, 짧은 선거 기간 안에 검증이 어렵다는 허점을 적극적으로 파고 든 것이다. 선관위가 1일까지 단속한 사이버위반 행위는 3만4,711건으로 이미 지난 대선의 5배를 넘겼고, 이중 허위사실 공표만 2만2,499건에 달했다.
선거기간이 짧아지면서 세대교체 주역이 돼야 하는 50대의 차차기 주자들이 부각될 시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대표하는 주자들이 주목을 받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실종에 대한 후유증을 우려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대선 기간 정책 평가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에 누가 되든 취임 초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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