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민바하두르 셰르찬
기록 채탈환 목전서 숨져
“나이는 성공의 장애물 아냐”
마지막 기자회견 큰 울림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
불과 2개월여 전 세계 최고봉ㆍ최고령 등정 목표를 이렇게 설명하며, 요가 등으로 몸을 단련해온 네팔의 80대 중반 산악인이 고지를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났다.
7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86세인 네팔 산악인 민바하두르 셰르찬은 전날(6일) 오후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베이스캠프에 머물던 중에 숨졌다. 사인은 심장발작으로 추정됐다.
셰르찬은 1931년 네팔 미아그디에서 태어났다. 고산 지대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산소 흡입이 어려워지는 고산 질환을 전혀 겪지 않는다는 게 산악인으로서 그의 장점이었다. 셰르찬은 히말라야 거봉 가운데 하나인 다울라기리(8,167m)를 오르려는 스위스 탐험대의 네팔 정부 연락관으로 임명되면서 1960년 고산 등반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73세이던 2003년에 이미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훈련을 위해 네팔 전역을 걸은 거리가 1,200㎞에 달했다. 셰르찬은 3년 뒤인 2008년 5월에는 76세 나이로 세계 최고봉인 8,848m 에베레스트에 올라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의 기록은 일본 산악인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郞)가 80세의 나이로 2013년 5월 등정에 성공하면서 깨졌다. 2003년 2008년에 이어 3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미우라는 부정맥 수술을 받은 지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열악한 신체 조건을 딛고 불굴의 의지로 등정을 마쳐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우라의 노익장에 자극을 받은 셰르찬은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반의 기록을 되찾기 위해 다시 훈련에 들어갔다. 2015년 한 차례 기록 탈환을 위한 계획을 세웠으나 그 해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7,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의 대지진 때문에 에베레스트도 큰 눈사태를 겪으며 등반 환경이 불안해졌다.
셰르찬은 올 봄 다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네팔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 허가비도 면제받은 채 새 기록 작성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달 에베레스트로 떠나기 직전 AP통신 인터뷰에서는 최고령 등반을 마친 뒤 유명해져서 세계를 돌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등반 전 수개월 동안 훈련하는 과정에서 호흡에 문제가 없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고 설명했으나 끝내 나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셰르찬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전세계 산악인들에게 깊은 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월 생전 마지막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에베레스트만 생각하면 16살이 된 것 같다”며 “나이는 성공의 장애물이 아니다”고 자신했다. 셰르찬은 “내 결정이 젊은이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자존감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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