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하라”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판결
부부가 공동으로 사용한 가재도구라도 결혼 전 일방의 비용으로 구입했다면 배우자의 소유권이 인정되므로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물건’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A씨는 2016년 1월24일 새벽 안방에서 TV모니터로 무료영화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아내가 “여자 연예인 광고가 나오는 것이 싫다. 검색하지 마라”고 잔소리를 하자, 홧김에 TV모니터를 넘어뜨려 깨뜨렸다. 얼마 뒤 인천지검은 A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A씨는 “재물손괴죄는 그 물건이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누군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일 때 성립한다”면서 “깨진 모니터는 결혼 전 조립PC를 판매하는 곳에서 내가 중고로 15만원에 직접 구매한 것으로 고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면서 A씨 손을 들어줬다. 부부 중 일방이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결혼 생활 중 한쪽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TV모니터를 결혼 후 아내와 함께 사용하기는 했지만 결혼한 지 불과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TV모니터를 부부 공동소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A씨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