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타고 곳곳으로 확산 주민 수천명 대피
소방인력 총동원령 방어선 지키기 ‘사투’
교정당국, 경찰에 재소자 이동 협조 요청
삼척 도계서도 큰 불 산림 10㏊ 잿더미
강원 강릉시 대관령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해가 진 뒤에도 불이 강릉시내까지 번지면서 시민들이 공포의 밤을 지새고 있다. 이날 삼척시 도계읍에서도 큰 불이나 축구장 14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강릉시와 강원소방본부는 6일 오후 6시를 기해 성산면 관음리와 위촌리, 금산리 등 6개리 주민 270여 명이 인근 성산초교 등지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국은 한때 성산면과 인근 주민 2,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화마에 가옥 20채와 컨테이너 1동이 불에 타 소실됐다. 산림피해 면적은 30㏊로 추정된다.
이날 산불은 오후 3시 27분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노루목이산 정상부근에서 발생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해고속도로 남강릉 나들목과 부근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히 일몰 후에도 바람이 잠잠해지지 않으면서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인근 영동대 후문과 우미린 아파트, 시청 뒤 불과 100여 미터까지 불길이 접근했다. 교정당국은 산불 확산에 따라 만일의 경우 강릉교도소 내 재소자 330여 명을 영월교도소로 이감을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소방당국은 홍제동 강릉시청 앞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불길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불로 고속도로 통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강원지방경찰청은 강릉IC 등 고속도로 진출입을 한 때 전면 통제했다. 경찰은 “산불로 인한 연기가 도로를 뒤덮은 데다 불길이 도로변까지 위협하고 있어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도로를 통제하다 이날 오후 10시쯤 강릉시내 전구간 진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소방 및 산림당국은 진화헬기 5대와 인력 1,130여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습도가 12%에 불과해 건조경보가 내려진 데다, 순간 풍속 최대 20m의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날이 저물어 진화헬기 투입이 중단돼 인력만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완전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기, 충북소방본부에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전 직원을 비상 소집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 있는 야산에서도 불이 났다. 이곳 역시 강한 바람과 험한 산세로 산림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사유림 10㏊를 태웠다. 강원소방본부는 940명을 긴급 투입해 고사리와 갈리 화약고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 관계자는 "일몰 시각 이후는 지상 소방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잔불 정리 형식으로 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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