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 선거 캠프가 해킹을 당하면서 대선 정국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마크롱 선거캠프는 이날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 해킹"을 당했다며, 선거운동 관련 이메일과 재정정보가 담긴 내부 문건이 유출돼 소셜미디어 상에 유포됐다고 밝혔다.
마크롱 선거캠프는 해커들이 "혼란을 조성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가짜 문서와 원본을 뒤섞어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해킹은 프랑스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규탄했다.
마크롱은 오는 7일 결선에서 득표율 60% 이상으로 극우 국민전선(FN) 후보인 마린 르펜을 꺾고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은 신당 '앙 마르슈'를 기반으로 좌우 대립 없는 중도 정치를 표방해 왔다.
이번 해킹 사태의 배후는 러시아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마크롱 측은 지난달에도 작년 12월 이후 선거캠프가 정교한 피싱(개인정보 불법 해킹)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고 밝혔다.
백신업체 트렌드 마이크로는 전달 자체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관 해커들을 마크롱 캠프 해킹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 업체는 미 대선 개입 해커들이 쓴 것과 같은 수법으로 마크롱 캠프 해킹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작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자국 선거에도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
올해 프랑스 대선에서는 러시아가 극우 후보인 르펜의 당선을 도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르펜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 재구축, 대러 제재 해제 등을 주장한다.
작년 미 대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들의 측근들은 마크롱 캠프 해킹 사태가 러시아의 소행일수도 있다고 앞다퉈 지적하고 나섰다.
클린턴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일한 브라이언 팰론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서구 민주주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로비 무크는 "러시아가 (서방 해킹을)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프랑스 대선 후보 마크롱 선거캠프의 이메일 유출 사태를 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일단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프랑스 내무부는 "선거법에 따라 정부 어떤 부처도 이번 문제에 관한 논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운동은 이날 자정을 기해 종료됐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오전 마크롱 캠프 해킹 사태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온라인상에 유포된 내용 일부가 가짜일 수 있다며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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