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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꼴찌 경험, 실수 연발 엉망진창 첫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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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꼴찌 경험, 실수 연발 엉망진창 첫 레이스

입력
2017.05.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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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획으로 직접 아마추어 레이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보겠다고 선언했다. 수동 운전도 해 본 적 없고, 시승 행사 때 인스트럭터를 따라 천천히 서킷을 돌아본 경험이 전부였지만, 팀에게는 시치미 딱 떼고 잘 할 수 있다고 허풍을 쳤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었지만, 분명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참가 경기를 불과 2달 앞두고 연습용 중고차를 구해 수동 운전을 익히기 시작했다. 당황하는 팀원들에게 금방 익숙해질 거라고 큰소리치고는 남몰래 필사적으로 연습했다. 생각처럼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화도 났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로 참가 경기를 결정하고, 한달 만에 레이스카를 준비해야 했다. 레이스카 튜닝용 부품을 수급하는 것부터 드라이버 안전 장비를 갖추는 일까지 시간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여러 곳에 문의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 툭툭 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첫 경기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그 날이.

결전의 그 날이 정말로 왔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개막전 결승 직전. 사진 김훈기 기자
결전의 그 날이 정말로 왔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개막전 결승 직전. 사진 김훈기 기자

# 아마추어 레이스 도전 일주일 전

마감에 늦지 않게 ‘엑스타 슈퍼챌린지’ 웹사이트를 통해 슈퍼 스파크 클래스 1전 참가 신청을 했다. 참가비는 매 경기당 19만 5천원. 부가세, 드라이버 보험, 시설물 공동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한가지 더,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에 참가하려면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국내 C등급 드라이버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국내 C등급 등록 비용은 1년에 5만원. 라이선스 등급에 따라 등록 비용은 달라진다.

슈퍼챌린지 스파크 클래스 1전 참가 신청 및 드라이버 라이선스 등록을 완료하고, 경기 규정에 맞춰 레이스카와 드라이버 장비를 모두 갖췄다. 그러나 이것으로 준비가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자잘하게 확인하고 챙길 것들이 남아있다. 휠얼라이먼트를 보고, 엔진 오일과 브레이크 용액을 교환하고, 브레이크 패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를 대비해 여분도 미리 준비했다. 중고로 구한 스파크 유리에 입혀져 있던 진한 틴팅 필름도 제거해야 했다. 레이스카에 후원사 스티커와 리버리킷 부착하고 드라이버 슈트에 후원사 패치 다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 아마추어 레이스 도전 하루 전. 공식 연습 주행

엑스타 슈퍼챌린지 개막 하루 전, 연습 주행. 인제 스피디움 패독
엑스타 슈퍼챌린지 개막 하루 전, 연습 주행. 인제 스피디움 패독

경기 하루 전, 스피디움 스포츠 주행과 함께 슈퍼챌린지 연습 주행이 진행됐다. 슈퍼 스파크 클래스에 배정된 연습 주행은 총 3세션.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세 세션 모두 신청했다. 아침 10시 20분에 시작한 첫 세션의 초반 기록은 2분 24초대. 4바퀴를 도는 동안 기록은 변함이 없었다. 불현듯 ‘스파크는 TCS 개입이 심한 편이라 서킷에서는 반드시 꺼야 한다’는 조언이 떠올랐다. 5번째 랩부터는 TCS를 껐다. 곧바로 2분 22초 1을 기록했다. 2초가 줄었다. 다음 연습 주행에 고급휘발유를 넣으면 기록이 더 줄어들 거라는 기대로 들뜨기 시작했다. ‘그래, 오늘 2분 20초 안으로만 들어오자!’

고급휘발유를 가득 넣고 들어간 두 번째 세션. 이번엔 드라이버 슈트까지 갖춰 입었다. 기록 단축의 희망으로 설레던 것도 잠시, 차 한 대가 앞을 가로막고 비켜주지 않는다. 추월하려니 막아서기에 차라리 간격을 벌려두고 마음껏 타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이번엔 앞서가던 차가 트랙을 벗어나는 바람에 다시 간격이 좁아졌다. ‘그래, 스프린트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결국 두 번째 세션은 기록이 줄기는커녕 늘어난 채로 끝났다.

세 번째 세션. 이번에는 한 랩을 버리더라도 앞차와의 간격을 벌리고 다음 랩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문제는 이전 세션보다 주행하는 차가 더 늘어났다는 것. 앞차와 멀어지면 뒤차가 다가온다. 그러면 일부러 속도를 줄여둔 내 차를 뒤차가 쉽게 추월해 간다. 그럼 또 다시 간격을 벌려야 할 앞차가 생긴다. 이번 세션에서도 기록을 줄이지 못했다. 오늘의 베스트 랩타임은 첫 세션에 나온 2분 22초 1이다.

연습 주행 종료 후 촬영 영상 백업 및 레이스카 상태 확인
연습 주행 종료 후 촬영 영상 백업 및 레이스카 상태 확인

세 세션의 연습 주행이 모두 끝나고 타이어를 확인해보니 유독 왼쪽 앞타이어 바깥쪽이 뜯겨나가 있다. 언더스티어 상황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아대는 성향 때문이다. 내일 예선은 앞쪽 타이어 좌우를 교체하고, 결승에서는 앞뒤 타이어를 교체하기로 했다.

17시부터는 시작된 검차를 마치고 돌아오자, 18시부터 KARA의 국내 드라이버 C등급 라이선스 교육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의 교육이 끝나고 나자 저녁 8시가 다 되어간다. 모클팀 기자들과 저녁을 먹고 간단한 회의를 마친 후, 첫 경기를 응원 온 가족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새벽 2시다.

# 아마추어 레이스 도전. 엑스타 슈퍼챌린지 개막전

드라이버 브리핑. 엑스타 슈퍼챌린지 전 클래스 드라이버가 모였다.
드라이버 브리핑. 엑스타 슈퍼챌린지 전 클래스 드라이버가 모였다.

6시 30분, 연이어 울리는 알람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 서둘러 채비하고 메디컬 체크를 받기 위해 7시 20분까지 피트로 향했다. 혈압은 112/68로 정상, 양팔을 수평으로 뻗고 한쪽 다리 번갈아 3초씩 드는 균형 잡기도 수월하게 통과했다. 메디컬 체크를 마치고 바로 기록실로 이동해 경기 기록을 계측해줄 폰더를 받았다. 8시 20분부터 시작된 드라이버 브리핑에서 경기 진행 방식과 주요 규정을 설명했다.

예선을 앞두고 앞타이어 좌우를 바꿔 끼우는 중
예선을 앞두고 앞타이어 좌우를 바꿔 끼우는 중

9시 정각, 슈퍼 스파크 클래스 예선이 시작됐다. 예선은 20분 동안 원하는 만큼 주행하고 이 중 가장 빠른 랩타임 기록을 기준으로 결승 출발 그리드를 정한다. 굳이 다른 차와 경쟁할 것 없이 앞뒤로 넉넉하게 자리를 확보하고 기록 단축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추월해 간 차들이 내 의도보다 점점 더 멀어진다. ‘아, 이게 바로 랩타임 차이구나!’

예선이 끝난 후 파크퍼미에서 대기 중인 스파크 레이스카들
예선이 끝난 후 파크퍼미에서 대기 중인 스파크 레이스카들

예선 최고 기록은 어제와 연습 주행 때와 같은 2분 22초 141, 24명 중 21등이다. 1등을 한 심재덕 드라이버의 2분 11초 840 기록과는 10초 301 차이다. 결승 시 랩타임이 더 빨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현재 기록으로는 중위권도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차라리 개막전은 무리하지 않고 사고 없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바로 3주 후에 있는 2전을 잘 대비하기로 했다.

결승 준비를 촬영하는 기자들과 기념촬영하는 가족들. 사진 이동희 기자
결승 준비를 촬영하는 기자들과 기념촬영하는 가족들. 사진 이동희 기자

13시, 이제 20분 뒤면 결승이다. 스파크 레이스카 안에 설치한 카메라 각도와 배터리 상태를 점검했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하지 않아 경기 직전에 켜기로 했다. 레이스카에 올라타 이것저것 준비하자 가족들이 레이스카 주변으로 달려왔다. 촬영을 맡은 온 모클팀 기자들과 평소 안면이 있는 다른 매체 기자들까지 카메라를 들고 쫓아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쑥스러워 얼른 헬멧을 눌러썼다.

포메이션랩을 앞두고 그리드 정렬 중. 조두현 기자 영상 캡쳐
포메이션랩을 앞두고 그리드 정렬 중. 조두현 기자 영상 캡쳐

13시 20분. 스파크 레이스카들이 트랙 안으로 이동해 각자의 그리드에 정렬하고, 그리드 워크가 시작됐다. 가족들과 반가운 지인들까지 그리드에 선 내 레이스카를 둘러쌓고 응원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13시 25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포메이션 랩이 시작됐다. 앞 차를 추월하지 않고 대열을 잘 유지하며 서킷을 돌아 다시 21 그리드에 멈춰 섰다. 이제 곧 결승 시작이다.

13:30분. “3, 2, 1, 고! 고고고!!! 왜 안가?” 무전기에서 출발하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앞차가 안 가는데…’라며 고민하는 찰나, 뒤쪽 그리드에 있던 레이스카가 내 옆을 지나갔다. “아! 이거 스탠딩 스타트지!”

결승 스타트. 뒤에서 출발한 차들이 옆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 이동희 기자
결승 스타트. 뒤에서 출발한 차들이 옆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 이동희 기자

정신을 차려보니 내 뒤에 있던 세 대가 모두 나를 지나쳐 간 후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맨 뒤로 밀려나 버렸다. 스스로의 멍청함에 너무 화가 났지만, 일단 눈앞에 보이는 한 대라도 잡아야 했다. 레코드 라인대로 타는 것에만 익숙해서, 앞차를 뒤쫓아가다 간격이 좁혀지면 부딪힐 것 같으니 브레이크를 밟고, 그러면 출력이 떨어져 다시 앞차와 멀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앞차도 나와 비슷한 레코드 라인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바퀴쯤 쫓아 돌자 앞차와 유난히 간격이 좁혀지는 몇 곳의 코너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날 연습 주행을 마치고 유난히 빨랐던 차들이 신기해 다른 드라이버에게 ‘저 차는 뭐가 달라서 직선 구간에서도 나보다 빠른 거지? 분명 같은 차인데 왜 나를 앞질러가?’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돌아온 답은 ‘코너 탈출 속도가 달라서 그렇지!’ 그래, 이거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앞서 달리는 차는 유난히 마지막 두 코너의 탈출이 늦었다. 충돌할 것 같아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라인을 조금 수정해 원래 패턴대로 19번 코너를 탈출하고 가속했다. 그러자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 마치 출력이 다른 차처럼 앞질러 가지는 게 아닌가!

이렇게 한 대를 추월하고 나자, 앞에 서로 경쟁 중인 두 대의 레이스카가 보였다. ‘그래, 분명 나보다 예선 기록이 늦었던 차다, 저들도 잡자!’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어느새 두 차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왜지? 지금 내 주행을 방해하는 차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느린 거지? 아, TCS!!!’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경기 내내 계속 TCS가 켜져 있는 상태였다. 4랩을 다 돌고 5번째 랩, 6번 코너를 탈출하면서 깨달았다. TCS를 끄고 달리자, 한 랩을 채 돌기도 전에 앞선 두 대가 다시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간격이 줄어든 것. 조금만 더 하면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선두 체커기 받았어, 순위 유지하면서 들어와”

끝났다.

파크퍼미로 이동하는 내내, 경기 중에 한 실수들이 생각나면서 화가 났다. 내리자마자 속사포처럼 후회를 쏟아냈다.

“나 TCS 켜고 탔어, 미쳤나 봐. 스타트 할 때 앞차가 안 가니까 기다리고 있었어. 시동을 꺼트린 것도 아니고 준비도 다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 있지?”

“언니, 사고 없이 완주한 게 어디야, 잘했어.”

“그래, 완주했으면 됐지, 꼴등은 아니야, 22등이야”

가족들과 지인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더 높은 순위에 욕심이 났다기보다, 할 수 있던 걸 어이없는 실수로 놓쳤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경기 전 모두가 당연히 꼴등일 거라며 완주만 하면 충분하다는 말에 보란 듯이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무룩하게 구석에 앉아있다가 문득 결승 시작 전 레이스카 안에 설치했던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른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급히 카메라 안 메모리를 모두 꺼내 확인해봤다. 역시나. 예선까지는 녹화가 있는데 결승이 없다. 하필 전날 연습주행 때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보고는 녹화가 너무 짧게 된다며, 블랙박스 마저 꺼뒀었다. 이럴 수가, 가장 중요한 결승 영상이 하나도 없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엑스타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결승 장면. 사진 김훈기 기자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이번 개막전은 기자로서도 드라이버로서도 실패다. 너무 창피해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음 경기를 기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 전 다짐한 것처럼 3주 후인 2전을 더 열심히 준비하자. 그리고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말자.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2번째 레이스는 반드시 기자로서도 드라이버로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일 거다.

엑스타 슈퍼챌린지 2전은 바로 3주 후인 5월 21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다. 이번 경기부터는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한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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