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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금수에, 노동자 파견 차단…美 초강력 카드 다 빼들었다

입력
2017.05.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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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새 대북기조 발표에 맞춰

의회 본회의서 초당적 가결

강력한 의지 보이며 협상력 높여

미국 연방의회.
미국 연방의회.

미국 하원이 4일(현지시간) 통과시킨 ‘대북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은 기존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그물망’을 최대한 촘촘하게 만들어, 핵ㆍ미사일 개발을 가능케 하는 북한의 자금줄은 물론 에너지원을 확실히 끊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로 요약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기조 발표(지난달 26일)에 맞춰 의회가 초당적으로 하원 외무위 통과(3월 29일) 한 달여만에 신속히 본회의에서 의결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 정도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발효를 위해선 상원 의결 과정을 남겨놓고 있지만, ‘초강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북 제재의 수위를 끌어올린 법안이 하원 문턱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ㆍ대중 협상력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통과된 대북제재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법안에 새로 포함된 내용들은 이미 트럼프 정부가 개시했거나, 향후 단계적으로 내놓을 대북 압박의 내용을 가늠케 한다는 평가다.

새 제재법의 핵심은 대북 ‘원유 금수’ 조항이다. 말 그대로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ㆍ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항공 연료 금수 조치만 담았던 기존 제재와 달리 인도적 목적의 중유를 제외한 모든 원유 제품을 가로막게 된다. 다만 이 조항의 효력을 최대화하려면 무엇보다 북한으로 향하는 송유관을 틀어쥔 중국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중국이 석유금수에 나서지 않는 등 협조에 미흡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상원의 법안처리 일정을 서둘러 본격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제3국 제재) 시행 등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중국에 가할 수도 있다.

하원의 빠른 의결 자체가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 역할을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중국이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에 공조하며 관영매체 등을 통해 꾸준히 원유공급량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미국의 새 제재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미국 하원의 대북제재법안 통과에 대해 “긴장 고조 행위는 안된다”라며 개별 국가의 단독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법안은 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해외 노동자 파견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역시 이미 미국 정부가 비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주요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실제로 폴란드와 카타르, 오만 등은 미국에 협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 새 법안은 북한 송출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어 이들 국가를 압박해 행동에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법안은 제3국 및 제3자 제재에 대한 표현을 명확히 해 더욱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기존 대북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단순히 ‘개인’, ‘기관’ 등으로만 규정해 모호했으나 이번엔 ‘외국’이라고 규정했다. 법안이 발효되면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 기업 등에 큰 압박이 될 전망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재지정하는 내용도 주목된다. ‘김정남 VX신경가스 암살’을 계기로 미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입법과정에서 새로운 법안에 포함됐다. 워싱턴 관계자는 “백악관과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6월 전후로 재지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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