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웁살라대의 연구진이 지난해 미국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환경과학 분야 연구논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언스 편집진은 웁살라대 환경유전학과의 오오나 뢴스테드, 피터 에클뢰프 박사가 지난해 6월 3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경과 관련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농도가 치어(稚魚)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철회한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이언스 측은 ▦연구윤리 규정 위반 ▦원본 실험자료 부재 ▦실험 방법의 투명성 부족 등을 철회 이유로 들었다.
해당 논문은 발트해의 고틀란드섬에서 농어의 치어들이 동물 플랑크톤 대신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먹는 바람에 성장이 더디고 포식자들에게 잡아 먹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심각성이 제기된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영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논문이 발표된 직후 저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인근에서 연구를 했던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논문과 같은 결과를 얻기에는 저자들이 연구현장에 머물렀던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이에 웁살라대는 자체 예비조사에 나섰지만, 지난해 8월 연구 부정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외부기관인 스웨덴 중앙윤리검증위원회(CEPN)가 직접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올 4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CEPN에 따르면 연구에 착수했다고 저자들이 주장한 날짜 이후에야 생명윤리 연구승인이 나왔고, 실험 데이터가 너무 부실했으며, 실제로 연구를 수행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전혀 없었다. 조사 과정에서 뢴스테드 박사는 “데이터가 들어 있던 컴퓨터를 도난당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번 일로 웁살라대는 북유럽 최고(最古) 대학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웁살라대 측은 “학교의 신뢰도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학교와 CEPN의 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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