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자금줄 전방위 차단 법안 통과
정부는 동남아에 ‘고립’ 동참 촉구

핵ㆍ미사일 개발을 포기시키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 하원이 북한을 지구 상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는 내용의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키고, 미 행정부는 북한 외교의 핵심 거점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북 봉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 하원은 4일(현지시간) 김정은 정권의 유지와 핵ㆍ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모든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대북제재법인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압도적 표결(찬성 419명ㆍ반대 1명)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 만에 더 강력한 법안을 처리했다. 미 의회가 북핵ㆍ미사일 도발을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며, 더욱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곧 들어설 차기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 로이스(공화당)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ㆍ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이 법안은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유입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근로자 해외파견,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 근로자 고용 제3국 기업 제재 등 전방위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법안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하면서 통과 후 정부가 9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법안은 상원 의결 절차를 거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의회의 대북 제재법안 통과에 맞춰 미 국무부는 외교력을 동원해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대북 고립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담에서 아세안 회원국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패트릭 머피 동남아 담당 부차관보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에게 “북한과 외교 관계를 최소화함으로써, 핵ㆍ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북한이 외교 채널에서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머피 부차관보는 회담 뒤 브리핑에서 아세안회원국이 북한과 공식적으로 단교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북한 출신 노동자 등이 각국에서 필요 이상으로 장기 체류하는 것은 아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돈세탁ㆍ밀수 등을 단속하고, 합법을 가장한 사업체 등을 조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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