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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틀려?” 2030은 맞춤법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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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틀려?” 2030은 맞춤법 열공

입력
2017.05.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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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91% “틀리면 호감도 ↓”

자기표현 늘며 텍스트에 민감

SNS 도중 애매하면 사전 찾아

국립국어원 맞춤법 상담 서비스

작년 12만건… 1년새 1.5배 늘어

/지난해 11월 발행, 현재 8쇄까지 찍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맞춤법 교정 도서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에 실린 삽화. 한빛비즈 제공
/지난해 11월 발행, 현재 8쇄까지 찍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맞춤법 교정 도서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에 실린 삽화. 한빛비즈 제공

직장인 김연우(30)씨는 요즘 맞춤법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맞춤법이 애매할 경우에는 곧바로 포털 사이트 사전을 검색할 정도. 운동을 하겠다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왠일(웬일)이야’라고 했다가 ‘기본적인 단어도 틀리냐’는 핀잔을 들어서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실망’이라고 하는 순간, 창피했다”며 “읽은 사람이 ‘거슬릴 수 있겠다’ 싶어 다음부터 틀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을 만들고, 마음대로 말을 줄여 쓰면서 ‘언어 파괴 주범’으로 찍혔던 젊은 세대가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조차 올바른 표기법을 사용하겠다면서 인터넷 사전 탐색 등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4일 “(2014년 말부터) 카카오톡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젊은이들 상담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기 위해 국어원과 카카오톡 친구를 맺은 이는 9만8,400여명(4일 기준). 이용 건수는 2015년 8만9,000여건에서 지난해에 12만3,000건으로 부쩍 늘었다. 현재 4, 5명인 인력으로는 몰려오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상담 시간 자체를 단축할 정도다.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 월평균 접속도 2014년 28만3,000여건에서 지난해 41만7,100여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젊은 세대가 눈에 불을 켜고 맞춤법 공부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발행해 최근 8쇄를 찍었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인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출판한 한빛비즈 관계자는 “구매자 절반이 20대”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텍스트에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4년 전국 대학생 3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1%(남성 86.7%, 여성 95%)는 ‘맞춤법을 빈번하게 틀리는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직장인 구모(27)씨는 “전 남자친구가 ‘7곱시’(일곱시) ‘6섯시’(여섯시)라는 해괴망측한 단어를 썼다”며 “남자로서의 매력까지 떨어져 계속 만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사람을 놀리는 ‘외 않되’(왜 안돼) 같은 유행어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온라인상의 맞춤법 지적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글의 맥락을 따지기보다 맞춤법만 지적하다 시비가 붙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주부 송모(28)씨는 “글로 대화를 하다 대뜸 맞춤법을 지적하면 기분이 상하는 것은 물론 대화를 이어 갈 의지가 꺾인다”며 “맞춤법을 지적당하는 게 ‘불쾌하다’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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