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
“수리 맡은 ‘박사’들은 65세 이상
1년 수천 건 수리 의뢰 받는데
장난감 박사·보관 공간 태부족
그래도 전국에 병원 생겼으면”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인천 남구 주안시민지하상가. 이곳에 자리한 문화공간 아트애비뉴27의 한 비어 있는 점포에선 아이를 안은 엄마와 젊은 부부, 손자소녀가 있을 법한 어르신 등이 중고 장난감 총과 블록, 자동차 등을 고르고 있었다. 이 장난감들은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보급사업도 하고 있는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 기증한 것이다.
아트애비뉴27 관계자는 “이전을 앞두고 있는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 3톤가량의 장난감을 시민을 위해 내놨다”라며 “많은 시민이 몰려 비어있는 3개 점포를 가득 채웠던 장난감들이 하루 만에 거의 다 나갔다”고 말했다.
키니스장난감병원은 당초 인천 남구 관교동의 한 주택에 세 들어 있었으나 찾는 수요가 늘어나자 남구에서 아트애비뉴27 일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3일 인하공업전문대학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이사를 마친 키니스장난감병원의 김종일(70) 이사장은 “장난감병원은 준비를 거쳐 10일 다시 문을 열 것”이라며 “장난감 수리를 맡기시려는 분들은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키니스장난감병원은 공학도 출신 김 이사장이 ‘세상에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라는 목표를 갖고 동갑내기 교수 등과 함께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은 그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 때가 제일 행복하다”라며 “재활용이나 자원 순환보다도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관련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니스(Kinis)’라는 이름은 아이를 뜻하는 영어단어 ‘Kid’와 은빛이라는 뜻을 지닌 ‘Silver’를 합성해 만들었다. 장난감병원에서 60시간의 교육을 거쳐 보수를 받지 않고 장난감을 고치는 이른바 ‘장난감 박사’는 모두 65세 이상인 실버 인력이다.
2011년 문을 연 키니스장난감병원은 1년에 수천 건에 이르는 장난감 수리 의뢰를 받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다. 무상 수리이기 때문이다. 운영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후원금에 의존한다. 무엇보다도 인력이 부족하다. 장난감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10명 수준이지만 현재 일하는 장난감 박사는 7명뿐이다.
장난감병원이 이전해 수리 공간이 기존 4자리에서 6자리로 늘어났지만 기부할 장난감을 보관하는 공간이 좁아진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도 전국에 장난감병원 지사나 지부 같은 게 세워져 더 많은 사람이 장난감 수리를 맡기고 택배 비를 아끼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라며 “노하우는 다 가르쳐 줄 수 있으니 서울이건 경상도건 전라도건 장난감병원이 생기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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