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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엄지척과 OK

입력
2017.05.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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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2PM 멤버 황찬성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곤욕을 치렀다. 손가락을 ‘V’자로 한 게 2번 후보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일베 회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과잉규제 논란이 일면서 선거법이 개정돼 이번 대선에서 다양한 포즈의 인증샷이 처음 허용됐다. 4일 사전투표를 마친 문재인 지지자들은 1번을 상징하는 엄지척을, 홍준표 지지자들은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SNS에 올렸다. 안철수 쪽은 3번을 뜻하는 ‘OK’표시를, 유승민, 심상정 지지자들은 각각 손가락 4개와 5개를 펴고 인증샷을 남겼다.

▦ 사전투표의 장점은 전국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만 실시하는 이 방식은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으로 가능했다. 지역별 선거인 명부를 전산화해 하나의 명부로 통합하면서 중복투표 우려라는 걸림돌을 해소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투표율이 하락하자 노무현정부와 선관위가 2005년 ‘전자투표 로드맵’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다. 참정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 19대 대선 사전투표 열기가 예상보다 뜨겁다. 첫날 투표에서 지난해 4ㆍ13 총선 당시 투표율의 배가 넘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이틀간의 사전투표 투표율이 1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탄핵의 영향으로 적극적 투표층이 늘어난 데다 긴 황금연휴도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덩달아 전체 투표율도 높아져 근래 최고치인 80%를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진실과 정의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는 등의 투표 독려 글이 쏟아지고 있다.

▦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담아 내기 위해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는 인파가 몰려 투표를 포기하고 출국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학 학생회들도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읍ㆍ면ㆍ동에 1개씩과 인천공항, 서울역 등으로 제한돼 어렵다는 입장이다.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선거법을 고쳐 사전투표소를 늘리면 된다. 전국 어디서든 투표 방식을 사전투표뿐 아니라 본투표에 도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과거 국회에서 논의가 됐으나 젊은층 투표율 상승을 우려한 한나라당의 반대로 좌초됐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몫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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