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5
아이스크림 기업 ‘배스킨라빈스’는 초콜릿과 바닐라 등 ‘뻔하던’ 아이스크림 맛을 혁명적으로 진화ㆍ다양화시킨 주역이다. 폴란드와 러시아 출신 유대인 낙농가의 아들 어빈 라빈스(Irvine Robbins, 1917~2008)와 그의 매부 버턴 배스킨(Burton Baskin, 1913~1967)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서 53년 문을 연 배스킨라빈스는 매달 매일 다른 맛을 즐기라며, 창업과 동시에 31가지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각각의 맛 못지않게 이름도 흥미로웠다. 프로야구 다저스 팀이 LA로 연고지를 정하던 58년 ‘베이스볼 넛’을 출시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69년에는 ‘루나(lunar) 치즈케익’을 내놨다. 버뱅크의 자사 공장에서 그들은 매년 약 100 종의 신종 아이스크림을 개발, 그 중 8,9 종을 교체 출시한다. 출시되지 못한 것 중에는 훈제연어와 베이글 맛, 케첩 맛 등도 있다고 한다.
어빈 라빈스는 자기 농장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던 아버지를 도우며 성장했다. 더운 여름, 그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며 환하게 웃던 손님들의 표정에서 그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워싱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2차대전 종전 직후인 45년 아버지가 성인식(Bar Mitzvah) 축하금조로 건넨 6000달러로 ‘스노버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아이스크림 전문 가게가 전무한 때였다.
여동생 셜리의 남편 배스킨도 46년 제대 직후 패서디나에 ‘버턴스 아이스크림’을 열었다. 어빈의 아버지 애런(Aaron)의 조언, 즉 둘이 동업하면 각자의 창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충고에 따라 따로 창업한 거였다. 둘은 나란히 성공했고, 53년 라빈스의 매장 5곳과 배스킨의 매장 3곳을 합병했다. 몇 차례 모기업이 바뀌어 현재는 던킨브랜즈INC로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31 컨셉’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비만과 심장마비로 54년을 살고 숨진 배스킨과 달리, 라빈스는 만 90년을 살고 2008년 5월 5일 별세했다. 집에 6가지 맛 아이스크림 쇼케이스를 두고 시리얼과 아이스크림으로 매일 하루를 시작했다는 라빈스는, 말년에 당뇨와 고혈압을 앓긴 했지만 큰 탈없이 살았다.
새 제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테스트 멤버로 동원되던 그의 장남 존 라빈스(John Robbins)가 상속을 포기하고 유제품과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겸 환경ㆍ동물권 운동가로 사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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