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56)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적 야망에 청혼까지 했던 백인 연인과 헤어지고 미셸 여사와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마틴 루서 킹 목사 전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데이비드 J 개로가 쓴 오바마 전기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 중 가장 비판적이라는 평이다. 1,460페이지 분량의 이 전기에서 개로는 오바마가 미셸을 만나기 전 사랑했던 한 백인 여성을 인터뷰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바마의 옛 여자친구는 오바마 네덜란드계와 일본계 후손으로 한반도 전문가인 실라 미요시 야거(54) 미국 오벌린대(동아시아학) 교수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중반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지역사회 활동가로, 야거가 시카고대 박사과정 학생일 때 만나 동거했다. 야거는 오바마의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처럼 인류학을 전공했다. 오바마는 25살이던 1986년 겨울 야거의 부모를 찾아가 야거에게 청혼했다. 하지만 야거의 부모는 남자 친구의 직업 전망이 불투명하고 오바마보다 2살 연하인 딸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를 이어갔지만 이듬해 야거는 오바마의 변화를 감지했다. 야거는 인터뷰에서 “우리 관계가 1년 정도 지속된 1987년에 오바마는 이미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바마가 정치적 야심을 갖게 되면서 정치와 인종 논쟁이 두 사람 관계를 지배했다. 야거는 “결혼 논의는 질질 끌었고, 흑인 정체성에 대한 결단이 정치 커리어를 추구하겠다는 그의 결정과 직결됐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과 모두 가깝게 지낸 한 친구는 오바마가 당시 “내가 백인 여성을 만나면 설 자리가 없다”며 선을 그었으며, 오바마와 야거가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다퉜다고 털어놨다. 저자인 개럿은 오마바의 상황을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이 처한 운명 사이에 낀 처지”라고 평했다. 이후 오바마는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위해 시카고를 떠나면서 오바마와 야거의 관계도 멀어졌고 오바마는 로스쿨 재학 중 인턴으로 일하던 시카고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흑인인 미셸을 만나 1992년 결혼했다. 미셸이 오바마와 교제를 하던 1990~1991년 무렵에도 야거는 오바마를 가끔씩 만나곤 했는데 야거는 “당시를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나빠진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결혼한 뒤에도 야거와 오바마는 안부편지나 업무적인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오바마의 정치 야심이 사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미셸이 오바마의 야망에 누구보다 회의적이었던 점이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셸은 오바마가 정치에 열중하느라 부인과 두 딸과 떨어져 보낸 시간을 원망하며, 오바마는 둘째 딸 사샤가 태어난 다음 날에도 가족 곁을 지키지 않고 도심의 회의 장소로 향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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