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로 ‘중남미의 그리스’로 불렸던 푸에르토리코가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미국 자치령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이날 공공부채와 연금 미지금액 등 부채 1,200억 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채권자들과 광범위한 토론을 벌였지만 협상에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며 “최선의 방법은 파산보호 신청을 내 협상 과정을 가속화함으로써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채 규모는 총 1,200억 달러로 주 또는 미국 자치령의 부채 중 역대 최대다. 2013년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갔던 디트로이트시가 180억 달러로 최고액을 찍었는데, 푸에르토리코는 그보다 6배가 넘는다.
푸에르토리코는 2006년부터 경기 침체를 겪어 왔으며, 2015년과 지난해 채무 만기를 지키기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다. USA투데이는 “2007년 이후 일자리의 20%가 사라지고 인구가 10% 감소했다”며 “정치인들이 세금을 올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금을 보장하면서 상황이 악화된 게 지금에 이르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번 파산신청으로 푸에르토리코가 안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 후폭풍은 클 것이라고 평했다. NYT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해결책이 나왔다”면서도 “연금 삭감, 공공 프로젝트 중단, 인재 유출 등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투자금을 잃게 될 채권자들도 격렬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달리 자치령은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능하지만, 지난해 6월 미 의회가 재정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채권자들과 채무 재조정을 위해 협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PROMESAㆍ프로메사)을 통과시키면서 가능해졌다. 푸에르토리코는 이 법에 근거, 미 파산보호법 제9조에 준하는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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