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싶은데 못하는 아이들, 아픈데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는 아이들을 돕는 게 평생 소원이었어요. 죽기 전에 꼭 도움을 줘야겠다 마음먹었죠.”
팔순을 앞둔 할머니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빈곤 아동을 위해 써 달라며 1억원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동복지재단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정정자(79^서울 마포구)씨가 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고 4일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정씨는 미용학교 교사를 지내다 시작한 주택 건축^매매 사업이 성공하면서 자산을 모을 수 있었다. 마사지숍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부수입’은 대부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웃을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한 것은 20년 가까이 됐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남편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뒤였다. 각종 기부와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복지관에서 아코디언을 배워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돌며 연주회를 가진 것도 여러 번이었다.
정씨는 1961년 서울시장으로부터 ‘효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인정받아서였다. 정씨는 “어머니 신을 뒤집어 보고 신발 밑창이 닳아 있으면 새 신을 사 놓고, 치마가 낡아 해어져 있으면 새 옷을 사 드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재단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는 “평생 봉사하고 싶었는데 5년 전 무릎 수술을 받은 후부터는 어렵게 됐다”며 “최근 당뇨 등으로 건강이 부쩍 더 나빠졌는데,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씨 기부금은 재단을 통해 저소득가정 아동 장학금 및 환아 의료지원에 사용될 계획이며, 정씨는 재단 ‘명예의 전당’에 등재될 예정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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