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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보다 더 괴로운 엘리베이터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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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보다 더 괴로운 엘리베이터 소음

입력
2017.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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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도르래 소리, 진동 고통

“방음벽ㆍ커튼도 무용지물” 소송전

층간소음과 달리 타협대상도 없어

피해 증명할 법적 기준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서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 사는 이모(50)씨는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날을 반복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고 집에서 지내는 일이 대부분인 그를 엘리베이터 소음이 괴롭히고 있는 것. 벽을 타고 전해 오는 엘리베이터의 오르락내리락 하는 소리를 견디지 못해 방에 방음벽까지 설치했지만, 소용없었다. 관리사무소에 항의하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며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았다. 심지어 서울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엘리베이터 소음에 법적 기준치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벽과 바닥이 얇은 노후 아파트의 주민들이 층간소음에 이어 엘리베이터 소음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몸이 아파 감각이 유난히 예민해진 사람이나 직업상 낮에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벽을 타고 전달되는 엘리베이터 도르래 소리와 진동 등이 노이로제 수준이라고까지 하소연하고 있다.

소음의 원인은 다양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오래된 기계장치 부품이 닳으면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승강기 모델이나 아파트 구조 등을 따지면 원인을 하나로 꼽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는 측정되는 소리 자체가 크지 않더라도 유난히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소음과 진동을 구성하는 저주파가 본인과 맞지 않을 경우로 당사자에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신고를 통해 소음 원인 제공자와 타협 및 조정이 가능한 층간소음과 달리, 엘리베이터 소음은 스스로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지은 지 19년 된 아파트 최상층에 사는 주부 장모(55)씨는 “엘리베이터 통로와 맞닿은 작은방의 소음이 너무 심해 창문도 없는 벽에 두꺼운 커튼을 달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올해 2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주민들의 1차 항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민대표회의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소음에 민감한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쓰는 엘리베이터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두 가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수백만원을 들여 몇 개월 동안 엘리베이터 공사를 할 수는 없지 않냐”며 “공사를 마친 뒤에도 시끄럽다고 하면 그때는 어쩔 거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건물 설계 단계부터 소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수 한국승강기대학 교수는 “처음부터 엘리베이터와 가구를 분리해서 설계하는 게 제일 좋다”며 “그게 아니라면 엘리베이터의 속도 등을 조정하거나, 통로 벽을 두껍게 만들어 최대한 소음과 진동을 덜 발생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 소음 관련, 객관적인 피해 정도를 증명할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층간소음의 경우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은 43데시벨(dB), 야간은 38dB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 이보다 높으면 항의를 하거나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회사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맡길 때 주거공간 내 소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실내에 미치는 소음까지 고려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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