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염분 때문에 부력 높아
초여름 최대 12시간 생존 가능
2시간 훈련 뒤 모두 물에 떠 환호
영상 제작해 SNS 배포 계획도
“바다에서 잠을 잔다는 생각으로, 두 손을 머리 쪽으로 넓게 벌리고 침대처럼 최대한 편안하게 누우세요.”
2일 오전 전남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전남 학생교육 문화회관 1층 수영장은 휴일이 아닌데도 초등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가 운영한‘생존수영 교육강습’에 참여한 학교는 광양지역 광양서초와 중앙초 3~6년으로 구성된 60명의 교육생들이다.
참여한 학생들은 완도해경서 구조대원들의 수영법 강습과 시연을 지켜보며 행동을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라 했다. “물을 두려워 말고, 하늘을 향해 누워서 귀가 바닷물과 수평이 되도록 하세요. 주변에 뜨는 물건이 있으면 가슴에 감싸거나 겨드랑이에 넣어 주세요.”
학생들도 해경구조대 강사의 지시에 따라 물위에 떠 있는 페트병 등을 가슴에 올려 두 손으로 붙잡고 가만히 누웠다. 교육시간에는 머리가 물에 들어가 물을 삼킨 학생도 있고, 귓속에 물이 차 구조를 요청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2시간가량의 연습이 반복되자 참여학생 전원이 마치 침대에 누운 것처럼 물에 뜨자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광양중앙초 김모(3년ㆍ9)군은 “경찰관 아저씨가 가르쳐 준 대로 물위에 누워 있으니 뜨는 게 신기하다”며 “이제 바다에 빠져도 절대 죽는다는 생각을 않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선 완도해경 구조팀장 정재서(44) 경위는 “생존수영에서 중요한 것은 부력체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벼운 발차기만 해도 되지만, 부력체가 없다면 팔을 큰대(大)자처럼 머리를 향해 넓게 벌리고 숨을 천천히 내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수영’은 바다에 빠졌을 때 파도를 이겨내고 구조될 때까지 물속에서 생존하는 수영법을 말한다. 어린이들은 한번 익히면 평생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사들의 설명이다.
서해해경 특공대 김필성 순경(32)은 “바다의 경우 파도로 수영하기는 어렵지만 염분 때문에 부력이 높아 잘 뜬다”며 “물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르쳐 준 대로만 떠서 생존하면 반드시 구조될 수 있다”고 생존수영의 필요성을 말했다.
바닷물의 염도는 해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강물보다 25%가량 높다. 따라서‘생존수영’을 익히면 초여름 바닷물에서 최대 12시간가량 생존이 가능하다.
서해해경본부는 이 점을 착안하고 해양 사고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남ㆍ북 초등학교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무료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 수영과 인명구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안전과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남 여수와 전북 부안 실내수영장 2곳에서 강습을 진행중이다.
이 같은 교육은 지난 한 달 동안 총 15회의 강습이 있었으며, 순천 신흥초등학교와 완도여중 등 392명의 학생이 교육을 이수했다.
서해해경본부는 전라남도교육청 등과 협력해 오는 9월까지 전남ㆍ북 초등 47개교와 중학교 23개교를 대상으로 총 60여회의 ‘생존수영’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며,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강습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민 모두가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조만간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고명석 본부장은 “바다의 두려움을 없애고 수영도 접할 수 있는 교육에, 참여 학생들 호응이 너무 좋다”며“자신만을 위한 생존수영법 외에 물에 빠진 친구 구조하기 등 해상안전과 국민생명을 지키는데 해경이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목포= 글ㆍ사진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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